사과향기
내 나이를 실감하고 있는 중...
시인촌
2004. 3. 25. 07:23
아직은 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오후 4시경 외출한 옷을 갈아입으려다 문득 생각난다는 듯 카메라 셔트를 눌렀다. 아, 사진으로 나온 내 모습을 보니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음을 내 자신 부인 할 수가 없다. 나를 아는 이들이 실물보다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은 날 더러 진담인 듯 농담인 듯 하는 소리인 사진을 보내야 할 일이 생기면 차라리 직접 네 모습을 보여주고 오라 하는 말을 어느 정도 내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로 인정한다고 해도 사진을 찍고 난 후 매번 경험하는 일인 낯선 내 모습에 참으로 모를 일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매번 전문가의 손길에 의해 새롭게 변신하는 연예인처럼은 아니어도 아주 가끔 나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땐 부질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나도 전문가의 손길에 의해 확연히 달라진 내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는 충동을 때때로 느끼며 산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내적인 아름다움에 어찌 비길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가끔은 내 안에서 속삭이고 있는 철들고 싶지 않은 나를 확인하며 사랑하며 산다. 아, 나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저축한 세월을 돌려 받고 있었다. 어제 낮에 찍은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들여다보며 지금 이 순간 내 나이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