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12월은 숨겨둔 날개가 자라는 달 - 이희숙

시인촌 2004. 3. 26. 17:13

한 달 막일에 등뼈가 휘어지도록 일하고도 
얇은 봉투가 제 목숨의 무게인양 
허공에 빈 그림만 그리는 사내 
가난은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사내의 등에 철썩거리는 파도로 남아 
비릿한 항구의 배설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사내 
오늘 새벽에는 별을 한 움큼 털어 마셨다
어딘가 돋아나고 있는 
만나지 못한 날개 하나를 그리워하며
내일은 오늘과 다를 거라는 믿음을 안주 삼아
12월은 가난한 사내의 시간이 
숨겨둔 날개가 자라는 달 

2001년 12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