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사랑을 하면서도 외로운 이유 - 이희숙

시인촌 2004. 3. 31. 11:48

쓸쓸하고 쓸쓸해서 사랑을 했지만 
사랑하고 있는 동안 
사랑하지 않은 날들보다 더 자주 고독과 친해졌다
물처럼 고이는 외로움 장맛비처럼 그칠 줄 몰라 
왈칵 사랑하는 일조차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사랑을 하면서도 외로운 그 이유를
더는 그리움일 수 없다는 
더는 사랑일 수 없다는
네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 날아든 그 말
담장 너머 환하게 손짓하는 능소화 꽃잎에 숨겨 두고
끝내 하지 말걸 그랬다 
누구나 홀로 외롭지 않은 사람 없다는 걸 
깨달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2003년 07월 30일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