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2 추억 굽기 1부모님이 떠나고 없는 고향에어린 시절 살았던 바로 옆집을 산 홍자놀다 오자고 전화가 왔다“찜질방이 따로 없다. 옛날 얘기하면서 놀자"일이 있어서 못 갈 것 같다고 하자금자가 전화 와서“군불 땐 방에 몸 지지고 오자. 진짜 좋더라” 가로등 불빛 없는 시월 하순의 시골길 사방이 깜깜하다합천 읍내로 들어가기 전금양에서 거창, 해인사 방면으로 접어들자도로 위엔 내가 비춘 상향등 불빛만 환하고마을엔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꽃게 된장찌개와 나물 반찬으로 늦은 저녁을 먹고절여서 헹군 물기 뺀 열무에배 세 개와 밥을 갈아 넣고 갖은양념 버무려세 통에 나누어 담으니 자정이 지났다 2맥주 한 잔으로 고단했던 하루를 털어내고군불 땐 방에 여자 셋이 누웠다집주인 홍자는 아랫목에 곰처럼 이불 덮고 금자는 덥다며 방문 .. 2024. 11. 20. 추억이 바람처럼 길을 내며 지나간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종갓집은 덩그러니 빈집만 남아 있지만, 몇 번의 계절이 돌고 도는 동안에도 몇 그루의 나무와 야생화, 알뿌리 식물까지 용케도 살아 매년 꽃을 피운다. 부산에 사는 외아들인 오빠와 고향 근처 읍내에 사는 둘째 언니가 가끔 들러 청소도 하고 풀도 뽑고 나무도 손질한 덕분에 누군가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오래전 어느 여름날, 오 남매 모두 고향 집에 모였다. 배우자와 자식들까지 한자리에 모이니 19명 대식구다. 마당에 자리를 펴고 앉아 합천 한우와 흑돼지 잔치를 벌였다. 옆집에 사는 5촌 아재도 부르니 그야말로 어머니가 떠난 종갓집이 모처럼 활기차다.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저녁이 되자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하다. 동네에서 일찍이 기름보일러를 놓은 친정집은 식구가 없다는 이유로 .. 2021. 10.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