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야 이희숙358 배용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여우다방’에 대한 리뷰(review) ‘여우다방’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첫 잎, 두 잎, 세 잎, 네 잎, 끝잎으로 나눈 것도 돋보인다.읽기도 전에 궁금증과 호기심이 일어 시집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시(時)가 가진 즐거움과 상상력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어디까지 확대되는지 확인하고 싶게 만든다. 이 지점이 바로 제목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이유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기억 속 아버지를 반추하는 시가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첫 잎 ‘의자’와 ‘그릇’이 가장 진솔하게 와닿는다. 첫 잎 ‘의자’ 중에서 “세상 모든 아버지는 거룩한 종교다” 세상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 낸 아버지의 노고가"가족을 푹신하게 앉히던 아버지의 걸음걸이를 나도 모르게 닮아가고 있었다” ‘그릇’ 중에서 “아버지는 인정에 고픈 내게 그릇이 .. 2024. 8. 7. 아름다운 안부 - 희야 이희숙 지난밤 봄바람 편에 사나흘 더 기다려야 얼굴 볼 수 있다는 작약의 타전이 왔다 누군가에겐 사나흘이 십 년보다 더 긴 시간일지도 모른다 왈칵 마음 쏟아지는 소리에 아직 닿지 않은 그대가 불현듯 그립다 그립다는 생각에 꼬리처럼 이어지는 말, 거기 거기설명하지 않아도 도착지가 어디인지 분명한 말 거기불쑥 떠나고 싶을 때쓰윽 나타나는 출입문 같은 말 거기생각나지 않는 이름에 그리움을 포개는 말 거기돌고 돌아서 마침내 당도하는 종착역 같은 말 금낭화와 낮달맞이꽃이 약속처럼 속삭이는이토록 아름다운 봄날엔숨기고 싶은 비밀 하나쯤 두고 가도 좋을마음이 머무는 말 거기, 그대 2024년 05월 - 喜也 李姬淑 2024. 7. 23. 오늘을 뜨겁게 건너는 중 - 희야 이희숙 누군가 장난으로라도더는 멋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은 나이라 말하면빛났던 청춘이 뜨거웠던 심장이있었던 적 있었노라 말하지 말아요다만 건너온 시절에 대해별일 없이 잘 지나갔노라 웃으며 말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지금은아름다운 인생 더 빛날 수 있도록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중이라 말해요더 단단해지기 위해더 깊어지기 위해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오늘을 뜨겁게 건너는 중이라고. 2020년 - 喜也 李姬淑 2024. 6. 28. 생에 대하여 생각하다 - 희야 이희숙 산길을 걸으며 나무의 생에 대하여 생각한다아름답고 평온한 숲도 어쩌면그들만의 전쟁을 치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뼘 더 넓은 터전을 차지하기 위해한 줌 더 많은 햇볕을 얻기 위해바람처럼 흔들리며 밤새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삶은 원래 흔들리며 지켜내는 거라고그 무엇도 알려 준 적 없어도나무는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한없이 속으로 울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숲은 나무들의 소리 없는 전쟁으로 푸른 산이 되고사람 사는 세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걸음으로흔들리며 지켜낸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서로의 아름다운 배경이 된다 아름답다는 건어쩌면 흔들리며 지켜낸모든 생의 종착점다른 이름이 아닐까 2022년 - 喜也 李姬淑 2024. 6. 28. 추억이 바람처럼 길을 내며 지나간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종갓집은 덩그러니 빈집만 남아 있지만, 몇 번의 계절이 돌고 도는 동안에도 몇 그루의 나무와 야생화, 알뿌리 식물까지 용케도 살아 매년 꽃을 피운다. 부산에 사는 외아들인 오빠와 고향 근처 읍내에 사는 둘째 언니가 가끔 들러 청소도 하고 풀도 뽑고 나무도 손질한 덕분에 누군가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오래전 어느 여름날, 오 남매 모두 고향 집에 모였다. 배우자와 자식들까지 한자리에 모이니 19명 대식구다. 마당에 자리를 펴고 앉아 합천 한우와 흑돼지 잔치를 벌였다. 옆집에 사는 5촌 아재도 부르니 그야말로 어머니가 떠난 종갓집이 모처럼 활기차다.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저녁이 되자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하다. 동네에서 일찍이 기름보일러를 놓은 친정집은 식구가 없다는 이유로 .. 2021. 10. 24. 동안만이라도 - 희야 이희숙 꽃이 피어있는 동안만이라도웃자 웃어버리자이별한 적 없는 사람처럼 바람이 부는 동안만이라도잊자 잊어버리자사랑한 적 없는 사람처럼 비가 내리는 동안만이라도울자 울어버리자한 올의 미련도 남김없이 떠내려가도록 2020년 - 喜也 李姬淑 2021. 10. 23. 이전 1 2 3 4 5 6 7 ··· 6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