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야 이희숙358 쉬어가는 섬 ㅡ 희야 이희숙 그래도와 아직도를 아시나요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는 섬 깨지고 넘어져 더는 아무것도 아닐 때그래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이가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깜깜한 방에 불 밝히듯스스로 등대가 되어 길을 찾는 섬 생각만 하다 끝내 아무것도 못 할 때아직도 늦지 않았다 토닥여주는 이가단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다면물길을 만난 배처럼 스스로 길을 내고 노를 젓는 섬 왈칵 세상의 끝과 마주하거든그래도와 아직도로 떠나라 밤새 폭우가 내리고 폭설이 쌓여도 젖지 않고 묶이지 않는 섬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는 섬이 있다그래도와 아직도가 있다 2017년 12월 - 喜也 李姬淑 2017. 12. 14. 봄날 - 희야 이희숙 햇살 좋은 날 먼 길 돌아온 바람의 전언을 듣다가 시간이 버무려낸 구름의 연서를 읽다가 실눈 뜨고 오는 봄의 속살을 만지다가 온 우주를 들었다 놨다 하는 꽃들의 행진을 본다 이런 날 가만가만 스며드는 봄비처럼 마디마디 매듭 풀고 네가 오면 좋겠다 2017년 03월 - 喜也 이희숙 2017. 4. 6. 생각을 지우는 카페 - 희야 이희숙 지난가을 각중에 찾아온 불청객은부실한 대접에도 구석진 방에 앉아 말이 없다밀어내려는 자와 눌러앉으려는 자 사이에싸움이 길어질수록 구경꾼의 주머니는 두둑하다 씹는 자유를 저당 잡힌 턱은먹는 즐거움마저 압류당한 채 눈치만 살피고싸움의 최대수혜자인 구경꾼은 스트레스를 줄이고멍 때리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처방전을 내놓지만어쩐지 나의 봄은 눈치 없는 애인처럼 머뭇거리고완치 불가 판정을 받은 턱관절 디스크는대놓고 거드름을 피운다 이럴 어째, 진작 어르고 달래서 구워삶아볼걸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어나 볼걸이 일을 어쩐다 정말 어쩐다지금이라도 보채지 말고 종종 멍 때리는 연습을 하면못 이기는 척 아니 온 듯 돌아가려나그러면 나는 막 미치도록 좋아서 아담한 카페 하나 열어야지작명소에 맡기지 않고 철학적으로 지어야지 .. 2017. 4. 4. 아이에게 배우다 - 희야 이희숙 현관에 들어서자 짖어대는 개평화는 깨져버렸다개의 이름을 부르며적이 아님을 증명하려 애써보지만개의 입장에서는 침범한 자에게 자비란 없다짖어대는 소리가 박힐수록시간은 멈추고 긴장은 절정을 향해 달린다 엄마 치맛자락에 숨어있던 아이“짖게 해서 미안해”개 처지에서 보면 원인 제공은 사람이니아이는 받아들이며상대에게 다가가는 법을 이해한 전략가요같은 편마저 무장해제시킨 영웅이다 2017년 03월 - 喜也 이희숙 2017. 4. 1. 그 많던 영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 희야 이희숙 칠팔십 년대 중고등학교에 다녔던학창시절을 떠올릴 때면 생각나는 얼굴더 많은 승차권을 회수하기 위해 목청껏 오라이를 외치던우리가 버스 안내양이라고 불렀던 그 많던 영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라고자수성가한 남편 만나백화점으로 헬스장으로 문화센터로한바탕 신나는 꿈을 꾸고 있을까? 삼시 밥 차리다 말고올 봄에는 남들 다 가는 꽃구경도 놓쳤다며순한 신랑 바가지 긁는 재미로 살고 있을까? 남편 복 없는 년은 자식 복도 없다며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가장의 무게를거북등처럼 갈라 터진 손에 싣고오늘도 새벽시장으로 달려가고 있을까? 어느 한 시절누군가의 아픈 손가락이요어떤 이의 꿈이었던그 많던 영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위대한 영자의 전성시대는 끝이 났는데. 2015년 03월 - 喜也 李姬淑 2015. 4. 3. 망각곡선 - 희야 이희숙 너에게로 향했던 수많은 길도 하나둘 사라졌다 네 안에 무수한 바람이 일고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도 너는 끝내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어딘가에 너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 숨 쉬는 그 날까지 너는 죽어도 죽은 게 아님을 아니 아니다 사랑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동안에도 매 순간 너.. 2014. 12. 23. 이전 1 ··· 5 6 7 8 9 10 11 ··· 6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