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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사람들은 모른다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3. 4.

 

사람들은 모른다

깨어지고 바수어져도

섬이라는 운명에

그대를 오래도록 가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가슴 태우는 그리움 때문인지

오랜 습성에 길 들여진 때문인지

 

사람들은 모른다

아름다운 생명의 섬이

어느 날 문득 사막처럼 황폐해진 까닭이

그대에게서 등 돌린 섬 때문이 아닌

그대 자신 때문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한번 섬이었던 가슴은

떠나도 끝끝내 섬으로 남는다는 것과

미처 떠나지 못한 섬은

어둠 속에서 더 빛난다는 사실을.

 

 

2003년 06월 25일 - 喜也 李姬淑

2024년 08월 부분 수정

 


사람들은 모른다 
깨어지고 바수어져도   
섬이라는 운명에 
그대를 오래도록 가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시시각각 가슴 태우는 그리움 때문인지   
채 분해되지 않는 사랑이 
불씨로 타오르기 바라는 마음 때문인지조차도
사람들은 모른다 
아름다운 영혼을 꽃피우던 생명의 섬이 
어느 날 문득 사막처럼 황폐해진 까닭이   
그대에게서 등 돌린 섬 때문이 아닌 
그대 자신 때문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한번 섬이었던 가슴은 
떠나도 끝끝내 섬으로 남는다는 것과 
미처 떠나지 못한 섬은 
어둠 속에서 더 빛난다는 사실을.
2003년 06월 25일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