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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안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계절이라서그리워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라서환하게 웃는 얼굴로너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보지만가을바람은지나온 계절의 흔적을 조용히 쓸어 간다 그리움이라 부르기엔 담담하고지나갔다 하기에는 아련한다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닌데문득 마음이 머무는 날 지나온 인연들에 안부를 건넨다 잘 지내고 있기를저마다의 계절 속에서자신만의 빛으로 물들어 가기를 2026년 10월 喜也 이희숙 2026. 10. 20.
피끝마을에 가을이 오면 피끝마을에 가을이 오면-순흥의 오래된 슬픔 앞에서 가을바람 옷깃을 스치는 밤오래전 걸었던 영주의 길을 생각한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과소수서원의 고요한 뜰을 지나미처 몰랐던 땅의 이름을 마주한다 오랜 세월 묻힌 사연지도 위에서 지워졌던 순흥 금성대군의 꿈이 스러진 산자락백성들의 피눈물이 죽계천 물길 따라 흐르다 끝난 피끝마을 얼마나 먼 시간을 건너 오늘의 우리에게 닿았을까승자의 기록에 가려져 이름 한 자 남기지 못한 사람들끝내 삼켰던 말들 어느 날 그곳에 닿는다면고운 풍경에 취하기 전에 말없이 옷깃을 여미리라누군가 그 이름을 불러주는 한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으리 시작 노트역사는 7월에 일어났지만, 기억은 가을에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2026년 10월 15일 喜也 이희숙 2026. 10. 18.
운의 뒷모습 운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나중에야 이름 붙여지는 것 나는 늘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돈이 없어도 앞날이 보이지 않아도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별일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 믿음이 어디서 왔는지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사랑으로 가족을 지킨 부모님과 나를 믿어 준 사람들이 있었으므로세상이 두렵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심은 줄 알았던 씨앗이내 발로 디디고 선 이 길을 만든 줄 알았는데넘어진 나를 일으켜 준 눈길과 따뜻한 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건너와 있던 사랑들이이제야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운은 그렇게찾아오는 순간에는 알아보지 못하고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이름을 얻는다 운은 내 몫과 남의 몫 사이에 있으며 나를 비켜 간 것들의 이름이다 갈림길에서 가지 못한 길을 돌아보며그곳에 머.. 2026. 10. 16.
실종 실종하고 싶다는 마음은가장 나를 아끼는 순간에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문득 그런 순간이 있었다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무언가미치도록 나를 휘어 감는 그 순간실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눈 덮인 안데스산맥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 곳발자국마저 오래 머물지 못하는 그곳에서사흘 밤낮 꿈꿀 수 있으면 좋겠다돌아오지 않아도 좋을 만큼 이상하리만큼황홀하도록 어여쁜 동경 어쩌면 나는사라지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한 번쯤 온전히 나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2004년 01월 27일 - 喜也 이희숙 2026. 10. 6.
안쪽 너머 아름다운 것은오래 바라보지 않아도눈에 들어왔다 언젠가부터 이상하게도페인트 벗겨진 벽 틈으로 희미한 낙서가지우다만 동물처럼 걸터앉아 있다 비에 젖고 햇빛에 바랜 것들 가만히 바라보면무늬 사이로 그림이 생긴다 갈라진 틈 사이로 버려진 것들이를테면 찌그러진 냄비나 짝 잃은 신발 같은물건이라는 이름 대신 무엇으로 불리던 그 모서리마다 고여 있던 시간들 문득그것이 지나온 생을 생각한다 낡은 것은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바닥을 건너온 생,저마다의 시간을 품고 있는 것 바깥으로 향하던 마음을 거두고이제야 낡은 것의 안쪽그 너머를 바라본다 2026년 10월 5일 喜也 이희숙 2026. 10. 5.
가을 가을에는 말없이 걸어도 좋고오래된 골목을 바라봐도 좋고대답 없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좋고잊었다고 생각했던 이름을 떠올려도 좋다 오래된 골목에는저녁 먹으라 부르던엄마의 목소리 들릴 것 같고 가로등 아래에는맞잡은 손 놓기 싫어한참을 서성이는젊은 연인들이 서 있을 것만 같다 가을하고 말하면누군가 등 뒤에서“응”하고대답해 줄 것만 같아 그냥 왠지 그래 2026년 9월 30일 - 喜也 이희숙 2026.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