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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속내 담벼락 석류나무주먹만 한 얼굴들이때를 기다린다 도무지 그칠 줄 모르던 더위도한낮의 영광으로 그치고 저녁이면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사람들 사이로 손 내민다 짧은 생저 몸속 어딘가 뜨거운 것 하나제 생을 다할 날 기다리고 있다 익어간다는 것은달리던 걸음에멈출 준비를 하는 일 2026년 9월 - 喜也 이희숙 2026. 9. 21.
작은 틈 하나쯤 9월은 경계에 서 있는 달뜨거움과 서늘함 사이바쁨과 멈춤 사이 그리고 그 틈에 잠깐 앉아 있는 사람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에 달고 사는 말 "짬이 없어" 하지만 짬은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바쁜 하루 사이에서겨우 만들어내는 것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내가 어디쯤 왔는지 잠깐 돌아보는 시간 행복은 아무리 바빠도해야 할 일들 사이에서나를 잊지 않고 챙기는 것 오늘, 지금, 바로 여기서 계절과 계절 사이처럼우리에게도 작은 틈 하나쯤... 2026년 9월 - 喜也 이희숙 2026. 9. 18.
그냥 걷는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앞산은 푸르고 순환도로를 내달리는 자동차 소리는별일 없이 지나치고 건너편 집 문고리는오늘도 성난 목소리로바람과 맞선다 덜컹, 턱, 틱, 땅 햇살은 미루나무 잎사귀를 끌어안고 바다 같은 파란 하늘에듬성듬성 떠 있는 멍 자국 그 위에 내려앉는 음악 한 소절아무르강의 물결 눈 감으면도착지점이 어딘지도 모를 그곳에 가 닿아 길을 걷는다말없이 그냥 골목을 적시는 맛있는 냄새웃음소리 들린다 걸음을 멈추고다시 길을 걷는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앞산은 여전히 푸르고순환도로의 바퀴 소리 아스라이 멀어진다 2026년 9월 - 喜也 이희숙 -------------------------------------------------------------------- 시작 노트 어제 오후,생각나는 대로, 느껴지는 .. 2026. 9. 17.
삼십 분 젊을 때는어디까지 가느냐가 중요했는데 이제는누구와 걷느냐가 더 중요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뒤처지는 사람이 있으면앞서가던 사람이 기다린다 오늘도 별일 없이하루가 저물고우리는 나란히 걷는다 무슨 말을 했는지무슨 말을 하지 않았는지집으로 돌아오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삼십 분 동안우리는 같은 길을 걸었다 2026년 9월 - 喜也 이희숙 2026. 9. 16.
생각의 벽 생각이 벽에 부딪혀서그 자리에 멈춰 서 있을 때가 있다 방금까지 하고 싶은 말들이머릿속에서 삽시간에 사라져 버리고 그 말을 찾으려고 눈을 감고생각의 더듬이를 세워보지만소용이 없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내 안에서벽을 향해 뛰어갔을까하지만 나는 그 벽을 넘지 못하고벽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머릿속은 침묵 속에 가라앉아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말은 목구멍까지 왔다가다시 돌아간다 모든 게 멈춘 채알 듯 말 듯생각날 듯 말 듯 2026년 - 喜也 이희숙 2026. 9. 14.
곁에 있을 때는 몰랐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다 날마다 마주치던 얼굴이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한마디가그저 당연한 줄 알았던 밥 한 끼가하루의 온기를 오래 붙들고 있었다는 것을 함께 걷던 길도말없이 흘러가는 오후도창가에 잠시 머물던 햇빛도그때는 그저 늘 있던 것들이었다 우리는 자꾸아직 오지 않은 행복을 기다리며 산다 조금 더 좋은 날이 오면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그때 마음껏 행복해야지 하면서 행복은 너무 평범해서 행복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함께 먹는 한 끼별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한마디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우리가 훗날 가장 그리워하게 될봄날일지도 모른다 2026년 9월 - 喜也 이희숙 2026.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