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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처서가 지나자매미들은 제 울음의 가장자리를조금씩 지우기 시작했다 한낮에는 아직여름의 체온이 남아 있는데 저녁이면꽃도 나무도 사람들도품고 있던 것 하나씩살며시 내려놓는다 라디오에서는 철 지난 노래가 흐르고여름을 다 쓰지 못한 바람이 창가에 서성인다 문득삭제된다는 것의 뒷모습이 궁금해진다 버튼 하나로 지워진 글자처럼기억도 그렇게 사라질 수 있을까 짙었던 초록은 아직 푸른데햇빛은 벌써 낮은 곳으로 기울고못다 쓴 계절의 구김들이저녁마다 조금씩 펴진다 사라진 것은 없는데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9월은 그렇게떠나는 것과남아 있는 것 사이에 앉아아직은 여름인 얼굴로가을의 문을 열어 둔다 2026년 9월 3일 - 喜也 이희숙 2026. 9. 3.
사랑이라는 오지 떠나온 지 오래여도아직 거기 머물고 있었으므로 결말 없는 서사를 찾아 헤매는 날들은별처럼 흐르고 마침표 없는 서사는끝내 닿을 수 없는 길 등을 돌려도 멈출 줄 모르는사이를 비워둔 거리가 생겨도도무지 알 수 없는 얼마쯤 가야 닿을 수 있을까누구도 본 적 없고 닿은 적 없는 세계 어쩌자는 작정도 없이섣불리 찾아들고 싶어지는사랑이라는 오지 기억이 더는 기억이 아닐 때까지기억하기로 한다 소실점을 지나 무엇이 남을지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지금은그 아득한 길의 끝에따뜻한 난로 같은 기억만가만히 곁에 두기로 한다 2026년 8월 - 喜也 이희숙 2026. 8. 26.
깊고 낮은 읊조림(일백 마흔일곱) 시(詩)는 삶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삶을 오래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타인의 속도에 따스한 시선을...... 2026년 8월 - 喜也 이희숙 2026. 8. 23.
할 말이 있습니다 더러는 말보다 침묵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지금의 여의도에는 침묵보다귓가를 찌르는 날 선 말들이 가득합니다 내 편의 허물에는 눈을 감고남의 흠집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날들 머리를 맞대고 길을 찾는 대화는 지워지고상대를 향한 뾰족한 말들만 메아리칠 때나라를 품은 국민의 마음은 멍이 듭니다 서로의 손을 잡으며"함께 가자"라고 건네는 그 따뜻한 말 한마디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일보다 더 귀한상생과 소통의 용기가 마냥 그립습니다 2026년 8월 - 喜也 이희숙 2026. 8. 22.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다가 스치듯 떠오른 생각을 집에 가서시로 엮어야지 했는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니 그때의 감정을 더듬어볼수록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이라는 건 휘발성이 강해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날아가 버리고 마는 꿈같은 건가 보다 2026년 8월 - 喜也 이희숙 2026. 8. 21.
흔들리는 걸음도 길이 된다 삶은 참 오묘해 맨얼굴로 다가와 시소를 태우잖아 삶이 수많은 물음 앞에 나를 세워 놓아도우리 너무 오래 갈림길에 서 있지 말자 겨울이 깊어도 봄은 오고흔들리는 걸음도 길이 된다는 걸 앞선 발자국을 보면서 알고 있으니까 매 순간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오늘을 건너온 마음 하나면 그걸로 족하니까 살면서 가장 먼 길은세상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두려움을 넘어내 안으로 가는 길 우리들의 봄이따스하게오래 곁에 머물기를 2005년 - 喜也 이희숙 2026.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