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대하여1 나이 듦에 대하여 - 이희숙 눈 폭탄을 맞은 날씨 덕분에 택배로 보낸 김치와 반찬 몇 종류가 든 아이스박스를 하루 늦게 받은 서울 사는 시아버지는 낯선 물건을 경계하는 아이처럼 아이스 팩에 대해 몇 번이고 물으신다. 효자 아들은 “아버지, 파란색 젤리 같은 건 먹는 게 아니고 얼음 대신 넣은 거니까 버리지 마세요.” 알았다는 대답 대신 “말랑말랑한데 안에 있는 거 쏟아버릴까?” “녹아서 그러니까 음식물 다 꺼내고 그대로 넣어두세요.” 음식 보낼 때마다 한 자리 차지한 아이스 팩, 눈에 익었을 법도 한데 기억에 없으신 모양이다 통화가 끝나는가 싶었는데 캔이 아닌 포장에 든 스팸이 이상하다고 전화기를 잡고 늘어지는 시아버지와 같은 말을 테이프 되감기 하듯 대답하는 효자 아들 “우리 집에 오셨을 때 먹었던 스팸하고 아버지 서울로 가실 때.. 2011. 1.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