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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9

독백 - 희야 이희숙 사진 제목 :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나만의 언어를 갖고 싶다평생 함께여도 좋을 그런 사람 같은 밤새도록 콧대 높은 그는멀어지는 사람처럼 애만 태우고 불면 날아가기 십상인 나의 언어는움켜쥘수록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힘없이 사라지고 잠들지 못한 밤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온 자들은날 새는 줄 모르고 말의 유희를 즐기지만놓지 못한 어정쩡한 말들 사이에서나는, 차마 오도가도 못하고 그토록 갖고 싶던 나의 언어는햇살에 사라지는 눈과 같이잠시 흔적만 남길 뿐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마주할수록 멀어지고다가갈수록 낯설어지는나의 언어 그리고 혼잣말  2023년 04월 - 喜也 李姬淑 2024. 8. 12.
읊조림(일백 열일곱) 누구 아무도 없어요. 진심어린 위로가 필요한 내 이야기 들어줄... 무슨 일 있냐고요? 사실은 별일 아닐 수도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도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망이에요. 그래서 화가 나느냐고요? 모르겠어요. 그냥 머릿속이 백지처럼 아무 생각이 안나요. 사실은 지금도 그렇지만 어제 두 아이 때문에 웃.. 2008. 5. 15.
재즈처럼 감미롭고 섹소폰처럼 황홀한 오후 세시의 독백 -이희숙 아침에 비가 내려서인지 오후 세시를 막 넘긴 풍경이 촉촉하게 젖은 연인의 입술처럼 나를 설레게 한다. 눈을 감으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일으켜 세울 것 같은 바람이 내 몸속 어딘가에서 나를 읽어 내리고 있는 신경 줄들을 타고 금방이라도 내 보드라운 감성에 불을 질러댈 것만 같은 시간, 커피.. 2005. 3. 14.
한낮의 독백 - 이희숙 지난달 5월 31일, 친정아버지 기일이라 밤기차를 타고 부산오빠네 집에 갔다가 두 시간 남짓 자고 다음날 아침 기차를 타고 대구 우리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며칠째 내 정성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다른 여느 때와 비교해 볼 때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함에 제대로 쉴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 2004. 6. 10.
마르지 않기를 - 이희숙 지난 일요일, 태풍 매미의 위력에 무성하던 산수유 잎과 많은 열매가 땅에 떨어져 아직 나무 가지치기를 할 시기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아침을 먹고 나무 위로 성큼성큼 올라가 톱질을 했다. 나무 형태를 살피며 잘라야 할 부분과 남겨 두어야 할 부분을 남편과 상의하며 한 참을 톱질하기에 열중하고 .. 2004. 3. 28.
시인의 독백(부제 - 몇 줄의 시로도...) - 이희숙 가슴의 언어가 불이라면 그 불을 잠재울 수 있는 머리로도 시를 써야 한다던 논쟁이 저만치 물러선 시간 몇 줄의 시(詩)로도 뜨거운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 굳게 닫힌 자궁은 그림의 떡 부끄러움도 잊은 채 밤새 홀로 몇 줄의 시를 강간만 한 나는 참 시인을 모욕한 죄인 200.. 2004.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