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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의 추억 합천댐이 생기기 전황강⁕ 모래사장으로 피서를 갔다집에서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음식과내 머리통만 한 수박을 이고 농사일로 고단한 몸을 모래찜질로 풀었던 엄마는군불 땐 방에서 지지는 것 같다며 단잠을 주무시고어린 나는 모래찜질은 안중에도 없고화려한 꽃무늬 양산을 쓰고 모래사장을 휘젓고 다녔다 그늘 찾아 배꼽시계 울리기도 전 돗자리를 깔고김밥 사이다 달걀 수박을 참 맛나게도 먹었다모래찜질 후에 먹는 아이스께끼는 달았고바람에 흔들리는 은사시나무 따라흐드러진 개망초꽃도 따라 흔들렸다 부모님이 떠나고 없는 종갓집 마루에 앉아황강에서 놀았던 추억 한 페이지를 펼친다합천댐이 생긴 후 모래찜질하는 사람도 없고은사시나무속으로 뛰어들던 어린 나도 없지만그리운 추억은 늙지도 않고 반긴다  황강⁕ : 경상남도 거창군 고제면의 .. 2025. 3. 18.
있잖아 말하려다가 갑자기 정전된 것처럼 깜깜해질 때있잖아 하면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아 있잖아는 숨 고르기 같은 말 아주 잠깐 깜빡거리다 별일 아닌 듯 불 들어오는 말 한겨울에도 봄 싹 트이는 것처럼 따스해지는 말  2025년 2월 - 喜也 李姬淑 2025. 3. 13.
즐거운 상상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에릭 요한선⁕의 사진처럼네가 앉은자리에 파란색 페인트를 칠하면 그 자리가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다가 되면 좋겠어그러면 양털로 만든 구름을 예쁘게 걸어둘 거야 날아다니는 집을 타고 가다가물음표 아래 걸어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손 닿는 곳에 무지개를 걸어둘 거야생각 많은 마음에 무지갯빛 설렘이 출렁일 수 있게 네가 그리운 날엔 허공에 손가락으로 그으면 없던 길이 생기면 좋겠어그러면 먼저 도착한 내가 사랑을 기다릴 거야  간절한 한 문장이 필요할 땐오래된 서점이 즐비한 골목으로 풍선 타고 날아가서 서점에 있는 책을 꼭꼭 음미하며 읽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 눈밭으로 한걸음에 달려가서네가 아니면 이 광활한 세상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그 눈빛을 식지 않게 호주머니에 넣어 올 거야 .. 2025. 3. 2.
2월 이럴까 저럴까 재다가 끝나버린 썸처럼잠깐 사이 가버린 사랑온 줄도 모르고 보낸아니 온 듯 다녀간그대 그리고 나  2024년 2월 - 喜也 이희숙 2025. 2. 22.
환승 내릴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무심하게 문은 열리고내릴 타이밍을 놓친 당신은번번이 닫힌 문만 바라봅니다 몇 번의 정거장을 건너자홀쭉해진 버스는 말이 없고살아내느라 애쓰는 것들풍경에 섞여 빠르게 지나갑니다 닿고 싶은 목적지가 없다는 것이저토록 쓸쓸한 사치였는지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한 번도 나인 적 없던 당신을 위하여갈림길에서 갈아타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꿈꾸던 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종착지로 가는 길은 여기밖에 없으므로 부디 당신의 선택에 행운이 닿기를  2025년 02월 – 喜也 李姬淑 2025. 2. 4.
동안만이라도 - 희야 이희숙 꽃이 피어있는 동안만이라도웃자 웃어버리자이별한 적 없는 사람처럼 바람이 부는 동안만이라도잊자 잊어버리자사랑한 적 없는 사람처럼 비가 내리는 동안만이라도울자 울어버리자한 올의 미련도 남김없이 떠내려가도록   2020년 - 喜也 李姬淑 2021.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