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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내 시(詩)는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3. 27.

내 시(詩)는 
일회용 쓰레기다 
일상의 시시한 모습들만 훔쳐보다가 
시의 겉만 빙빙 도는 
벽에 붙여둔 껌을 떼어내어 
즐겁게 다시 씹던 어린 날 기억처럼 
내 시(詩)도 
아주 가끔은 
가슴 따스한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씹혀지기를 바랬다
일회용 양심으로 묻히고 싶지 않은 
내 시(詩)는 
마음을 데우는 한 줄의 시어를 만나기 위해 
편식한 행복 
폭식한 외로움 
찰나처럼 쏟아내고 가쁜 숨을 헐떡인다
아,
한 줄의 시로도 
명치 끝을 아리게 할 수만 있다면...

2002년 10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