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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지금은 내 인생의 가을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9. 8.

어느 날 문득  
낯선 그리움에 
애틋한 마음을 숨길 수 없을 때 
아무리 행복한 사람도 
가끔은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한 때, 
그대 자신을 들끓게 하는 것들 사이에  
한잔의 향 좋은 차물을 끓이듯 
한잔의 향 좋은 커피를 마시듯
그대 자신과 낯선 그리움 사이에  
적정 온도와 일정 거리를 두라
우리는 종종   
타는 듯한 열정보다 
애틋한 마음을 숨길 때   
함께 달리는 평행선일 때보다 
사이를 비워둔 일정한 거리를 느낄 때  
자신과 타인에게 더 관대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아, 
지금은 내 인생의 가을 
서늘한 침묵의 온도와
사이를 비워둔 일정한 거리가 절실한 때 

2003년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