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떠난 여행

 

 

대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동창 중 남자 넷, 여자 다섯으로 이루어진 모임의 장을

2007년 10월 결성된 이래 지금까지 쭉 내가 맡고 있는데 모임 결성 후 처음으로 뜻을 모아

12월 1일 남해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9명의 회원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때 평범한 아이였던 남자 A는 

대학 4년을 청바지와 체육복으로 생활할 정도로 공부밖에 몰랐던 그는  

99%의 노력으로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거주지와 직장을 서울로 옮긴 후로 모임에 불참하고 있으니

사실상 첫 번째 자연탈퇴회원이 된 셈이지만 여전히 회원명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졸이 학력 전부인 B는 초등학교 시절 유난히 코를 많이 흘린 아이였는데

오늘날 규모는 작지만 연 매출 10억을 훌쩍 넘기는 회사의 사장이 된 그를 보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을 행동으로 증명한 인물이다.

아무튼, 이번 여행에서 운전하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유머는 기본이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까지 보여 친구들의 우정여행을 더 풍부하게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착하고 성격도 원만했던 C는

연상인 아내와 함께 기계 관련 자영업을 하는데

경제적으로는 역시 안정된 부류에 속한다.

모임이 결성된 이래 출석률 100%를 자랑하는 그는

이번 여행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

친구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정받았다.  

 

 2007년 첫 모임이 있던 날,

거의 20년 만에 만난 내 옆에 찰싹 붙어 적잖이 날 당황스럽게 했던 D는

초등학교 남학생 중에서는 제법 똘똘한 축에 속했다.

친구 중 가장 늦게 결혼한 탓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그는 금융종사자로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에 안 나온 지 오래다.

 

이런 이유로 남해 여행은 남자 B와 C 둘만 동행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뭐든 똑 부러지는 스타일인 여자 A는

성실하고 활발한 성격 덕분에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남편과 함께 자영업을 하는데 한 달 수입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덕분에 그녀는 여자 동창 중 자수성가한 인물로 꼽힌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 독일 마을을 천천히 걸어서 구경하지 못하고 

달리는 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한 컷 찍어 아름다운 독일 마을을 제대로 담지 못해 아쉽다. 

 

2012년 12월 비 내리는 날 달리는 차 안에서 - 남해 독일마을

 

                                                              photo by 희야 이희숙

2025년 4월 남해 독일 마을 - 삼성 갤럭시 24 울트라로 찍은 사진

 

여자 B는 성격도 좋고 마음씨가 고와서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 

남편 직업이 공무원이라 먹고사는데 걱정 없지만,

재산 불리기에 관심이 많은 그녀다 보니 꾸준히 경제활동을 한 덕분에

일찌감치 노후대책을 마련한 진짜 실속파에 속한다. 

 

 photo by 희야 이희숙

 

회원 중 유일하게 이혼한 여자 C는 심성이 고와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인물이다.

공기업에 다니던 남편과 헤어진 지 오래지만, 딱히 재혼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처럼 그녀는 지금

대학을 졸업해서 취직한 딸과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아들을 향한 사랑의 힘으로

전업주부에서 탈피 직원을 거느린 식당사장님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다. 

 

 photo by 희야 이희숙

 

여자 다섯 중에 가장 키가 큰 D는 키 큰 사람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는 말처럼

모임에서 곧잘 농담을 하는데 그녀의 말에 큰소리로 웃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세상 모든 남자가 자기 남편과 같은 나이로 보인다고 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크게 웃었다.

여러 면에서 중산층에 속하는 그녀는 자녀 둘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니

놀면 뭐해하더니 작년 봄부터 모 고등학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photo by 희야 이희숙

 

마지막으로 나,

9명 회원 중 유일하게 백수면서 이것저것 취미부자고

특히 여행을 좋아해서 국내외 가리지 않고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라

친구들 말을 빌리면 내 팔자가 상팔자란다.

 

                                     photo by 희야 이희숙

 

2025년 4월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 소니 RX10으로 찍은 사진

 

말보다 행동으로 서로 챙겨주었던 1박 2일

(물건리 방조어부림- 독일마을- 남해 금산 보리암 - 가천 다랭이마을)

마흔의 마지막 해를 보내면서 떠난 여행은 우정이라는 이름보다 더 따뜻했어.

이번 여행으로 일 년은 버틸 힘이 생겼다는 친구도

다음 여행은 무조건 해외로 어때? 라며 즉석에서 바로 답하라는 친구도

연말에 얼굴 또 보자며 헤어짐을 아쉬워한 친구도 모두 다 함께 고마워.

살면서 더러 꺼내고 싶은 추억 한 조각을 함께 만들어 간 친구들 덕분에 즐거웠어.

언제까지나 우리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자.

 

 photo by 희야 이희숙

 

 photo by 희야 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