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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부끄러운 고백 - 이희숙

by 시인촌 2007. 9. 7.

뜨거운 열정도 
더러는 겁나는 날 있더라는 
누군가의 말이 씨앗이 되었는지 
뜨거워서 두렵다던 팔월도 가고 
약속처럼 구월이 찾아왔지만 
집을 나간 시어들은 
여러 날이 되도록 
온다는 기별 한 장 없습니다
오래도록 
시인으로서의 직무유기를 
반성도 없이 밥 먹듯 했으니 
당연하다 싶다가도 
무성한 말들만 잡초처럼 돋아나는 요즘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진 시어들이 
못내 그립습니다
기약 없는 유배지를 떠돌고 있을 
목숨 같은 시어들이 
다시금 그립습니다
 
2007년 09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