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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향기

졸업을 축하해. 여고생이 된 것도...

by 시인촌 2008. 2. 28.

 

                                                                               2008년 02월 09일

 

 

신애야,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 쓰려니까

미처 준비도 못했는데 갑작스레 쪽지 시험 치는 아이처럼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순간 멍한 느낌이야.

한동안 엄마가 글로써 마음을 전하는데 인색해서 그런가 봐. 그렇지?...

미안하다.

마음은 늘 최고로 멋진 엄마이고 싶은데

때때로 그렇지 못한 모습도 보여준 것 같아 부끄럽구나.

 

신애야,

어제 사진 찍으러 간다고 고등학교 교복 입은 네 모습 보니까

딸이라서가 아니라 참으로 예쁘고 사랑스럽더구나.

바라보는 내 가슴이 어찌나 설레던지

순간 엄마 나이도 잊은 채 삼십 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홀로 즐거운 착각에 빠졌지 뭐야.

그렇게 교복 입은 네 모습은

뭐든 꿈꾸면 이루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푸르고 붉기만 했던 여고시절의 나를 기억하게 해 주었어.

 

늦었지만 진심으로 중학교 졸업을 축하해.

여고생이 된 것도...

한동안 특목고 가지 않겠다고 원서조차 내지 않았던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부러 냉정하게 대한적도 있었지만

네 말처럼 학창시절을 공부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 싶기도 해.

그렇지만 엄마도 욕심 많은 사람인지라

너랑 비슷한 성적의 친구가

서울에 있는 모 외고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떨어져도 좋으니 서울에 있는 특목고에 지원해보라는

아빠엄마의 의견을 한마디로 딱 잘라서 싫다고 말한 너를

끝내 설득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그 순간만큼은 참 작게 느껴졌단다.

 

신애야,

엄마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아나운서만 꿈꿔 온 네 의지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

너라면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언제까지고 네 편이 되어 지켜보겠다는 약속도...

맛있는 저녁식사 준비를 해놓고 식구들을 기다리는 이 시간,

두서없는 편지지만 널 생각하며 한자 한자 써내려가는 엄마의 마음은

고마움과 행복함에 마음 가득 미소가 피어오른단다.

 

사랑스런 아이야,

엄마는 언제나 네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나 일에 대해 당당했으면 좋겠고

꿈을 위해 후회 없는 노력을 해주었으면 좋겠어.

처음 너에게 편지를 쓰고자 할 때의 마음과 달리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쯤에서 안녕해야겠어.

엄마가 가장 믿고 의지하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네 아빠)이

올 시간이 다 되어가거든...ㅎㅎㅎ

 

페리요정,

사랑한다.

이 세상 그 어떤 정성어린 말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