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 보고 계시나요?... 봄꽃들이 어우러져 내는 합주곡에 새들과 벌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우리 집 정원을, 정원 곳곳에 피어있는 산수유, 매화, 진달래, 개나리꽃을, 활짝 피어날 그 때를 기다리며 정성스레 꽃망울을 품고 있는 목련, 라일락, 벚꽃, 연산홍 등을... 정말이지 눈만 들면 바라다 보이는 봄꽃들의 향연에 꽃 멀미를 할 지경이랍니다.
가끔 생각했어요. 이토록 아름다운 봄을 어머니께서 모르실 리 없을 거라고, 막내딸이 보고픈 어머니께서는 분명 하루에도 수십 번 저 몰래 지켜보실 거라고, 그 생각만 하면 ‘엄마’하고 큰 소리로 부르며 손짓하는 내 간절함에 금방이라도 ‘나, 여기 있다.’ 하시며 특유의 빠릿빠릿한 걸음으로 다가설 것만 같아 얼마나 설레는지 몰라요.
꿈에서도 잊지 못할 그리운 어머니, 조약돌 같던 아이들이 벌써 중. 고등학생이 되었어요.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두 아이가 중, 고등학생이 된 후로 가족 모두 더 많이 바빠졌고 부지런해졌어요. 재석이는 지난 6일, 전국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진 일제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정규수업이 끝난 후 심화학습으로 영어수업을 1시간씩 더하고 있어요. 중학교에 입학한지 며칠 되지 않아 낯설고 서툰 부분이 많은 아이에게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중학교 3학년 과정을 공부하라니 학원도 가야하는데 쉬지도 못하고 힘들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많은 아이들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좋은 기회니 힘들어도 열심히 해보자라는 말 밖에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어요.
어머니, 신애는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공부하고도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학원 차타고 늦은 시간인데도 학원으로 공부하러가요. 마음 같아서는 쉬게 하고 싶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려면 남들처럼 아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공부가 행복의 성적순이 될 수는 없다 해도 공부를 잘하면 기회는 더 많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힘들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자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
두 아이가 청소년이 된 후로 저는 식구들 모두 잠자리에 든 후인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잠들고 이른 아침인 6시에 일어나요. 그래도 초등학교 입학해서 지금껏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두 아이 때문에 엄마라는 이름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착하고 사랑스러운지... 엄마가 그렇게도 믿음직스러워하셨던 오서방은 또 어떻고요. 학교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두 아이를 위해 기꺼이 아침마다 아름다운기사노릇도 하고 어머니가 계실 때와 변함없이 소소한 것까지 말하기 전에 알아서 다 해주는, 정말이지 엄마 막내딸은 신랑 복은 확실하게 타고난 것 같아요.
참, 요즘은 7년 동안 다녔던 수영장을 그만 두고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와우 휘트니센터에 다니고 있어요. 일주일에 두 번 영어수업을 받기 위해 문화센터에 가는 날과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는 주말을 빼면 일주일에 서너 번 밖에 갈 수 없지만 오고가는 시간과 운동하는 시간, 샤워하고 화장하는 시간을 합치면 대략 다섯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집과의 거리가 멀어 다소 불편하다 싶기도 하지만 투자하는 돈이 아깝다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러 가요.
어머니도 아시죠? 엄마사위가 유난히 집에서 먹는 밥을 좋아한다는 사실, 그 때문에 운동마치고 사람들과 차 한 잔 할 여유도 없이 샤워하고 화장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바빠요. 도착해서는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가방 내려놓고 주방으로 달려가 점심준비를 해도 신랑과 마주보고 점심식사를 하려면 어느새 오후 3시가 되어요. 그렇게 우리식구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어요.
어머니, 3월 8일에는 큰 형부 환갑이라 창원에 갔었어요. 그날이 마침 학교에 가지 않는 둘째 토요일이라 두 아이 데리고 갔어요. 모처럼 친정 식구들 만나니까 옛날이야기도 나오고 어머니와 관련된 추억도 생각하는 참 따스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큰언니 집에서 멀지 않는 막내언니 집엔 다음날 들렀는데 오랜 세월 살았던 지난번 집보다 규모는 작지만 훨씬 더 깔끔하고 좋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집에서 늙도록 행복만 피워 올렸으면 하고 바랬어요. 참, 오빠도 이사했는데 서로 바쁘다보니 형제들 모두 새집 구경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버지 기일에 겸사겸사 모이기로 했어요.
아, 어머니,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토록 아름다운 봄날, 어여쁘게 입으시라고 백화점에 가서 고운 봄옷도 사드리고 용돈도 듬뿍 드렸을 텐데 생각만 해도 참 쓸쓸해지네요. 누구나 그렇듯이 후회와 아쉬움은 왜 늘 지난 후에야 깊이 깨닫게 되는 것인지요. 그립고 또 그리운 어머니, 올해도 예년처럼 천리향은 피었어요. 아직 채 지지 않은 향기가 주변을 향기롭게 해요. 이상하게도 어머니 가신 가을만큼이나 천리향이 진해지는 이른 봄이면 어머니 당신이 더 그리워져요. 생각만 해도 목젖이 떨리고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이름, 어머니, 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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