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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망각곡선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14. 12. 23.

너에게로 향했던 수많은 길도 하나둘 사라졌다

 

네 안에 무수한 바람이 일고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도

너는 끝내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어딘가에 너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 숨 쉬는 그 날까지

너는 죽어도 죽은 게 아님을

아니 아니다

사랑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동안에도

매 순간 너는

어느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소식처럼

지워지고, 지워지고 또 지워져

그토록 사랑했던 너는

시간 앞에서 꼬리를 감추는 그림자처럼 희미해져 갔다.

 

 

 

2014년 09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