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팔십 년대 중고등학교에 다녔던
학창시절을 떠올릴 때면 생각나는 얼굴
더 많은 승차권을 회수하기 위해 목청껏 오라이를 외치던
우리가 버스 안내양이라고 불렀던
그 많던 영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라고
자수성가한 남편 만나
백화점으로 헬스장으로 문화센터로
한바탕 신나는 꿈을 꾸고 있을까?
삼시 밥 차리다 말고
올 봄에는 남들 다 가는 꽃구경도 놓쳤다며
순한 신랑 바가지 긁는 재미로 살고 있을까?
남편 복 없는 년은 자식 복도 없다며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가장의 무게를
거북등처럼 갈라 터진 손에 싣고
오늘도 새벽시장으로 달려가고 있을까?
어느 한 시절
누군가의 아픈 손가락이요
어떤 이의 꿈이었던
그 많던 영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위대한 영자의 전성시대는 끝이 났는데.
2015년 03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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