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대어를 낚을 생각에 꿈인 듯 달려갔더니
원시인은 간데없고
텅 비어서 고요한
경전 읽는 한 그루의 나무만 보았네
아 저것은 어둠의 역사
빛으로 만든 집
아 이것은 몸짓의 언어
시간이 그린 벽화
왈칵 무너진 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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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노트: 2018년 3월 중순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 거대 원시인 조형물이 설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카메라를 챙겨 달려갔더니 공사 중이었다. 실망하던 그때,
눈으로 들어와 마음에 닿은 것은 누워있는 원시인의 몸에
새겨진 듯 선명한 나무 그림자였다.
사진을 찍고 돌아온 후에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손님처럼,
그날 내가 거기 있었다는 존재증명을 해주는 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나도 몰랐던 아니 잊고 있었던
수많은 나의 모습들을 그림자에 비추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2018년 03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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