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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읊조림(일흔 셋)

by 시인촌 2005. 11. 10.

많은 사람들은 일일이 설명하기가 곤란하거나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때 
‘글쎄요. ’혹은 ‘그냥’ 이라는 말을 더러 사용하기도 하지요.
저 역시 그런 순간과 가끔 맞닥트리곤 하는데요.
매번은 아니지만 그런 대답을 해야 하는 순간이면 
그 순간 느끼는 섬세한 감정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거나 
그와 반대로 설명해야 할 말이 너무도 많음을 느껴  
오히려 하고자 하는 말을 아끼고 마는 제 자신을 읽어 내리곤 해요.
살면서 남편 아닌 다른 사람을 남자로 느껴본 적이 있는지 물었나요? 
그거 좀 신경에 거슬리는군요. 
물었으니 대답을 해야겠는데 
글쎄요. 라는 대답을 해야겠군요.
글쎄요 라는 말은 인정한다는 긍정이라고 누군가 웃으면서 말했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 대답 이상 달리 할 말이 없네요.
제 대답에 실망하셨나요?
감정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셨군요.
그래도 궁금하다는 말씀을 또 하고 싶은가요?
별로 내키지 않는데 더 이상 묻지 마세요. 

그보다 사랑하는 이가 없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거라는 생각 가끔 해요.
어떤 여자가 사랑 없이 행복을 말하며 살 수 있을까요?
저라는 사람은 정말이지 사랑 없이는 살수가 없는 여자예요. 
사랑,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고 살 떨리지 않나요?
오늘밤은 깊지만 무겁지 않은 기도를 해야겠어요. 
살아가면서  
행복해 라는 말을 노래처럼 부르고 싶은 순간이 
사랑해 라는 말을 셀 수 없이 속삭이고 싶은 순간이 
그리워 라는 말을 꿈결에도 들려주고 싶은 순간이
언제나 가슴속에서 마르지 않기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어요. 
  It's difficult to express by words. 
그거 좀 신경에 거슬리는군요. 
  It got on my nerves.  
감정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야. 
  Don't force it. 
별로 내키지 않아요. 
  I don't feel up to it.  
더 이상 묻지 마세요.  
  Please don't ask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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