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공유 할 수 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도심 속 자연공간인 대구수목원 가족체험교실에 참가신청을 했다. 참가신청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주 토요일, 시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공부하러 도서관에 가야 한다는 딸아이와 도자기마을 체험교실에 참가하고 싶다는 아들녀석을 달래서 대구수목원으로 갔다. 시험공부하기도 바쁜데 가본 적 있는 곳에 굳이 가야겠냐며 기말고사 망치면 엄마책임이라며 투덜거리는 딸아이와 세 번이나 다녀온 적 있는 수목원에 왜 하필 도자기마을에 가는 오늘 가야하느냐며 따지고 드는 아들녀석에게 가족이 다함께 수목원으로 나들이 가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니 이번에는 너희들이 양보를 해야겠다고 설득했지만 중학생은 분명 나 혼자 뿐일 거야, 도자기 만드는 곳은 몇 번을 가도 재미있다는 걸 엄마는 모르나 봐, 설명 들으면서 보면 꽃과 나무들이 눈에 더 들어오지 않아 중요한 걸 놓친다는 등 수목원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 있는 불만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런 아이들에게 행사당일 우리가 일방적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약속을 취소하면 정말로 가고 싶어한 다른 가족들의 기회를 뺏는 거나 다름없으니 더 이상 투덜거리지 말고 즐길 준비나 하라고 충고했지만 집에서 차가 출발을 하고서도 두 아이의 투덜거림은 쉬 그치지를 않았다.
약속시간인 오전 9시 30분까지 도착한 팀은 우리 가족말고 한가족뿐이었고 딸아이 말대로 중학생은 딸아이 혼자 뿐이었다. 정원이 50명인 가족체험교실에 신청한 가족은 13팀이라고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15분을 기다려도 몇 팀은 나타나지를 않았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진행된 행사는 학생들은 대구수목원 자연해설서를, 어른들은 수목원 현황과 수목원의 변화된 모습, 수목원 조성과정, 수목원 운영 등이 상세하게 적힌 소책자를 나누어주면서 시작되었다. 자연해설사를 따라 두 팀씩 나누어 진행된 수목원 가족체험교실은 참가한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다른 도시에는 비가 온다는 곳도 있고 흐리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날 대구날씨는 그야말로 한여름 그 자체였다. 덥다며 준비해 온 얼음물을 연신 들이키는 아들 녀석과 달리 딸아이는 자연해설사의 말에 가끔 학교에서 배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구수목원이 위치한 곳은 1986년부터 1990년 4월까지 대구시민의 생활쓰레기를 매립하던 곳이었다. 십 년 가까이 장기간 방치되어 오던 그곳을 전국 최초의 친환경적인 생태공간으로 활용하는 목표를 설정한 대구시의 노력으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도시형수목원으로 조성하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은 대구시민이 자주 찾는 사랑 받는 공간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대구수목원은 74,000여평 부지에 20개의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원으로 되어있었는데 그 날 체험교실에 참가한 사람들은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어느 팀을 막론하고 네 개정도의 원밖에 둘러보지 못했다. 그 날 내가 본 네 개의 원으로 대구수목원을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체험행사를 통해서 나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와 여러 가지 상식들을 많이 알게 되어 무엇보다 좋았다.
양귀비가 제일 좋아했다는 ‘위성류’는 난생 처음 본 나무였으며 꽃이었다. 물을 좋아해서 물이 많으면 잎이 선다는 위성류는 묵은 잎에서 한 번, 새잎에서 한 번 그렇게 일년에 두 번 꽃이 핀다고 했다. 4월에 피는 목련과 달리 6월에 피는 ‘함박꽃나무’는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북한의 김일성과 김정일이 제일 좋아한 꽃이라는 자연해설사의 말에 눈여겨보았더니 겉으로 보기에는 목련꽃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잎은 어긋나고 꽃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의 긴 타원형이라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약의 원료로 쓴다는 ‘투구꽃’을 설명 할 때에는 장희빈이라는 이름이 거론되었고 죽을 때 관을 만든다해서 내나무라고도 한다는 ‘오동나무’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에는 잠시동안이었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생각하게 했다. 부부금술이 좋지 않을 때 꽃잎을 따다 베개에 넣고 자면 부부금술이 좋아진다는 ‘자귀나무’는 여자들의 발언이 점점 세어지고 있다해서 일명 ‘여설수나무’라고도 한다는 말에 참가한 어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바탕 웃었다.
잎을 으깨면 거품이 생겨 인디언들이 샴푸로 사용한다는 고광나무, 열매가 축구공처럼 생겼다해서 월드컵 지정나무가 된 산딸나무, 환경의 지표가 된다는 국수나무, 과거에 급제한 선비가 인사한다는 싸리나무, 쓴 잎으로 독일바엘사가 진통제로 만들었다는 버드나무, 열매를 찧어 냇물에 풀면 마취성분이 있어 고기들이 기절한 채 떠올라 고기잡이에 사용한다는 때죽나무, 신라 경문왕 때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치는 도림사 대나무 숲을 다 베고 심었다는 산수유,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하였다는 고로쇠나무, 신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향나무, 열매로 드라이진 양주를 만든다는 노관주, 쓴 맛 나는 잎으로 아스피린 약을 만든다는 조팝나무, 소금이 귀한 옛날에는 소금대용으로도 사용했으며 두부간수로도 사용했다는 북나무, 속이 비어 불을 때면 꽝꽝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부쳐진 꽝꽝나무, 자일리톨 껌의 원료로 사용되고 큐런이라고 하는 방부제역할도 한다는 자작나무, 솜사탕 냄새가 난다는 잎을 베어 물면 쌉싸름 하면서도 달콤하다고 해서 첫사랑나무라고도 한다는 계수나무, 닭백숙 할 때 닭이 질기면 산사나무 열매를 넣으면 부드러워진다는 이야기까지 나무와 꽃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고 유익했다.
집에 소나무 세 그루가 있는데도 막연히 토종이라는 것만 알았지 잎으로 소나무를 구분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는 잎이 두 개, 리기다 소나무는 잎이 3개, 잣나무는 잎이 5개라는 사실도 뜻밖이었는데 물관과 체관의 구조가 거의 침엽수와 같아 침엽수로 구분된다는 은행나무가 위로 자라면 수나무, 옆으로 자라면 암나무로 구분된다는 사실 앞에서는 모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절 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두화는 꽃만 피면 불두화고 꽃도 피고 열매도 맺으면 백당나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잎으로 밥도 싸먹고 여린 잎으로 작설차도 만든다는 생강나무만큼이나 정겨웠다.
식물과 꽃을 좋아하는 선천적인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어린 시절 자랐던 고향집과 지금 사는 집 정원에 심어져 있는 크고 작은 수십 종의 꽃과 나무로 인해 식물이름과 꽃 이름을 많이 알고 있는 나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묻고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면 정보도 나누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팀원 중 자연해설사와 가장 호흡이 잘 맞았다. 덕분에 행사를 끝마치기 전, 수목원관계자로 보이는 어떤 분과 그 날 우리 팀 해설을 맡은 분으로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봉사활동을 하기엔 아이들에게 투자해야 할 시간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서 아직은 어려울 것 같다며 웃어넘겼지만 일정 교육을 받은 후 수목원 자연해설사로 활동하는 그 일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수목원 가족체험교실에 참가신청 할 때만 해도 가족이 함께 공유 할 수 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그 어떤 의미보다 우선이었지만 나무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와 대부분의 약재료를 식물이나 자연에서 얻었다는 조상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은 드넓은 자연 속에서 함께 호흡한 가족의 사랑만큼이나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 달리 아이들의 얼굴에도 고운 햇살처럼 환한 웃음이 얼굴 가득 머물러 바라보는 내 마음과 남편의 얼굴에도 한 송이 어여쁜 꽃이 피었다.
2006년 06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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