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범씨,
당신을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에 골인하기 전에는
사랑, 그거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한 적 있었어.
그런데 당신과 살면서 사랑, 그거 확실히 뭐 있더라는 걸 알게 되었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라는 여자는 욕심이 많아서
내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이상으로
사랑 받고 있다는 사실을 수시로 느끼고 싶어.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란 거 말인데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가 절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란 걸
당신이 알게 해주었다는 걸 지금 이 순간 고백하면
야유, 야시...하고 와락 껴안아줄까
아니면 여태 그걸 몰랐단 말이야 하고 날 빤히 쳐다볼까...
미범씨,
총각시절, 전공과 전혀 무관한 책 관련 사업을 2년여 동안
서울과 대구 두 곳에서 벌였던 당신은 장르와 국가를 불문하고 많은 책을 읽었지.
덕분에 연애시절 당신을 닮아가던 나는
책을 읽지 않으면 마음에 허기가 질만큼 책과 가까이 하게되었지.
그렇게 내게 영향을 끼쳤던 당신이기에
프랑스의 시인이며 극작가이며 소설가이기도 한
‘빅토르 위고’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을게.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빅토르 위고가 남긴 말 중에서
"여자와 난로는 수시로 불을 지펴야 한다는..."말을 하고 싶어서야.
어쩜 그렇게 사랑 받고 싶어하는 여자의 마음을 잘 표현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그저 놀라울 뿐이야.
지금 내가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말하지 않아도 어쩜 당신은 짐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혼 16년 차로 당신과 사는 동안 당신이라는 사람은
빅토르 위고가 남긴 그 유명한 말보다
알고 있는 것과 느끼고 있는 것을 아내인 내게 행동으로 보여주어
덕분에 사랑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둘러 쌓여
늘 사는 게 온화한 봄이었고 열정적인 여름이었으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가을이었으며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겨울이었어.
그렇게 당신은 내게 있어
너무도 과분한 아름다운 삶을 주었고 행복을 주었어.
지금 나는 결혼 15주년을 기념해서 찍은 웨딩사진 30컷 중 한 컷을 보고 있어.
활짝 웃으라는 사진사의 주문에 오히려 평소에 느낄 수 없던 주름이 생겨
한순간 이게 뭐야 하는 안타까움을 가졌지만
그 날의 설렘이 떠올라 여전히 뛰는 가슴을 어찌할 바 모르면서 말이야.
미범씨,
고마워.
결혼 16년 차로 사는 동안
바가지 긁지 않는 여자로 살 수 있게 해 주어서...
단 한번도 가정이라는 울타리와 당신을 떠난 내 삶을
꿈에서조차 생각할 수 없게
결혼이라는 현실을 통해 확실한 사랑과 믿음을 주어서...
살면 살수록 사랑 받고 사는 특별한 여자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장난으로라도 우리 서로 싫다는 말 입 밖으로 내 뱉은 적 없고
장난으로라도 우리 서로 못 살겠으니 헤어지자는 말 한 적 없는...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읽어 내릴 수 있는
우리는 부부요, 친구요, 연인이야.
서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
두서 없이 써 내려간 편지지만 언제고 당신이 읽게 되면
마음 가득 기뻐해 주었으면 좋겠어.
살아낼수록 그 세월만큼 더 깊이 당신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아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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