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라는 너무 흔하고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그녀의 고향은 중국이라고 했다. 어쩌다 알게 된 그녀는 오다가다 만난 사람 중 한사람일 뿐인데 머나먼 이국 땅에서의 생활이 외로웠던지 묻지도 않았는데 고향에서는 그녀를 보춘화라 불렀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키는 작지만 화사하고 아름다운 그녀는 볼수록 신비한 매력이 숨겨진 묘한 여자였다. 불안할 만큼 투명한 그녀의 붉은 얼굴 때문만도 아닌데 평범 속에 숨겨진 조숙함 때문만도 아닌데 촌스런 이름 때문에 첫 만남에서 나를 웃게 했던 그녀는 이상하게 나의 봄을 어지럽히고 있다.
동네 어른들은 그녀와 어울려 다니면 봄바람 난다고 그녀와 말 섞는 내게 눈총을 주지만 볼수록 은은하고 청초한 느낌을 주는 매혹적인 그녀를 모른 채 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도 표독스런 가시가 있다는 걸 안 건 봄바람이 성가시게 불어대던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며 선홍색 입술을 깨무는 그녀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그 때 처음 알았다. 어떤 이유로든 아름다움이 있는 것은 가시가 있다는 것을, 그 가시가 있어 아무나 가까이 할 수 없는 도도함까지 갖춘다는 것을.
흔한 이름 때문인지 못 본 동안 잊고 있었던 그녀가 한 장의 엽서처럼 불쑥 가슴에 날아든 건 그녀를 못 본지 달포쯤 지난 어느 날 오후였다. 사랑만 하고 살겠다던 그녀가 한 번 본 남자를 따라 서울로 시집갔다는 소식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녀와 내가 무슨 로맨스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터질 듯 터질 듯 피어나던 그녀의 미소가, 물먹은 볼처럼 통통한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그만 나도 몰래 선홍색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찬란한 나의 봄은 그렇게 그녀로부터 왔다 지고 있었다.
2007년 03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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