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 있는 간이역

어느 날 문득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5. 8.

어느 날 문득

다정한 사람에게서

낯선 얼굴을 느껴 본 적 있는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는 그대는

진정 아픔을 아는 사람이다

 

어느 날 문득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비수처럼 와 안기는 바람의 말을 들은 적 있는가

글썽이는 눈물 머금고 허공만 바라보는 그대는

진정 사랑을 아는 사람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뿌린 말의 씨앗이 정처 없이 흐르다

다른 빛깔과 무게로 되돌아와

그대 영혼을 송두리째 삼켜버린 기억이 있는가

말 대신 명치끝을 움켜잡는 그대는

진정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다

 

 

2001년 07월 01일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