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
봄꽃들이 피고 지고 또 피어나고
새싹들이 하늘 향해 눈부심을 자랑하는
이 땅의 사월은 너무도 아름다워요.
오늘은 사월 넷째 주 토요일이라
두 아이 모두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지만
신애는 도서관으로, 재석이는 바둑교실로, 신랑은 사무실로
각자의 시간 속에서 다들 열심이에요.
오늘은 햇살이 너무도 고와서 이불빨래며 소소한 집안일 하려고
운동하러 수영장에 가지 않았어요.
3월말부터 지난주까지 매주 대구근교로 경주로 합천으로 여행을 다녀왔기에
이번 주는 나들이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점심 먹고 우방랜드나 팔공산주변 어디든지
마음 닿는 대로 외출을 할까해요.
보고싶은 어머니,
다음주 일요일, 오빠네 식구들이 찾아갈 거예요.
저도 서울 시어른이 내려와 계시지 않으면 찾아뵐게요.
어머니, 그거 아세요?
외국인 회사에 부장으로 근무하든 오빠가
그룹회장의 직접적인 제안을 거절하고 잠시 쉬고 있었던 사실,
만약 회장의 제안을 수용해 외국으로 떠났다면
오빠는 머지 않은 어느 날 이사로도 승진할 수 있었겠지요.
오빠가 이 땅을 떠나지 못한 이유가
중고등학생인 두 아이 교육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 어머니도 아실 거예요.
종가집 외아들이라는 이유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뼈를 묻고 계시는 이 땅이
오빠를 머물게 한 진짜 이유라는 것도 말이죠.
어머니, 축하해주세요.
사십대 후반에 모 그룹 차장으로 발령 나서
다시 한번 오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사실에 대해서요.
그것 보세요.
제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어머니 자식 오 남매 모두 잘 살고 있어요.
참, 셋째 형부는 오랜 학원생활 그만두고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어요.
겨울동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을 들락거렸던 저도
봄기운을 받아서인지 거짓말 같이 말짱해졌고요.
이렇게 모두가 평온한 거 참 감사한 일이에요.
사는 동안 감사한 마음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있으면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오래 전 말씀 기억할게요.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리네요.
누가 왔나봐요.
모르는 사람이네요.
실망이에요.
방금(方今) 울린 초인종소리가
어머니가 막내딸에게 보내는 신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시죠?
제가 지금 얼마나 어머니 당신을 보고파하는지...
보고픔에 제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고있는지...
사랑한다는 말,
눈 마주보고 할 수 없어 얼마나 가슴 아파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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