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한 여자의 레이더에 한 남자가 포착되었다.
그 무렵 한 남자의 마음에 한 여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모르는 남남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순환하는 세월 속에 둘만이 아는 이야기도 공유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나는 호기심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호기심이 있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의 만남이란 언제나 신선하다.
호기심 덕분이다.
호기심이 지속할 땐 어느 것 하나 경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
호기심은 상대의 단점마저도 멋있게 보이는 힘을 지녔다.
그러나 호기심이 사라지는 순간
장점보다 단점이, 고마움보다는 서운함이 더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나약한 인간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문득, 드라마 속 대사가 생각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은 변할 수도 변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임을 아는 까닭이다.
그만큼 상대의 행동과 말과 여러 가지 원인이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알면서도 놓치고 사는 게 어디 사랑뿐이랴.
그 생각만 하면 참 쓸쓸하다.
시간이 사람을, 사랑을 쓸쓸하게 하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알고 있다.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시간 앞에서는 변화를 경험하며
그 변화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것도.
수많은 사람은 앵무새처럼 사랑은 주는 것이며 줄 수 있을 때 행복한 거라고 말하지만
삶 속에서의 사랑이란 주고받을 때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랑은 어느 한 쪽만의 끝없는 이해와 양보, 희생만으로는
결코 지속할 수가 없다.
물론 그보다 앞서 사랑을 지속하려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지만 말이다.
호기심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기심이 있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관심이 있다는 것은
현 상황보다 좀 더 나은 관계를 희망한다는 뜻도 숨어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그 누군가가
사랑하는 이에게서 낯선 얼굴을 느꼈다면
먼저 상대방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이 줄어들었거나
서로에게 집중했던 시간과 마음이 시들해지지는 않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2007년 07월 - 喜也 李姬淑
'생각과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용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여우다방’에 대한 리뷰(review) (0) | 2024.08.07 |
---|---|
추억이 바람처럼 길을 내며 지나간다 (0) | 2021.10.24 |
인셉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거침없이 무너트린 영화 - 이희숙 (0) | 2010.07.28 |
속물이거나 순진하거나 - 이희숙 (0) | 2010.07.02 |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 이희숙 (0) | 2010.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