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7월 24일)저녁, 친정숙모님 칠순에 가족 모두 참석했다.
고3인 딸이 왔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라워하며 반겼다.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오랜 시간 있는 동안
무슨 말 끝에 나는 그만 자연스럽게 팔불출 엄마가 되었다.
딸아이가 전교1등 했다는 내 말에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딸아이는 공동1등이 마음에 걸렸는지 멋쩍은 듯 웃기만 했다.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노래를 부르고 즐거운 시간이 이어진 후 친척들과 헤어져
비가 내리는 거리를 달리고 달려 대구 중구 종로1가에 위치한 MMC만경관점에 도착했다.
기말고사 끝나고 이끼만화를 인터넷으로 본 딸아이는
만화인 원작과 영화가 얼마나 다른지, 배우들의 연기는 어떤지 보고 싶어 했지만
중3인 남동생과 함께 볼 수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을 골랐다.
다크나이트를 감독한 놀란의 탄탄한 연출력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명연기가 눈부셨던 인셉션은
켄 와타나베, 조셉 고든-레빗, 마리안 꼬띠아르, 마이클 케인, 엘렌 피이지 등이 출연한다.
인셉션(Inception, 2010)은 SF 액션 블록버스터로
타인의 꿈에 침투해 생각을 훔쳐내는 것과 생각을 지키는 것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낸다는 기발한 상상력에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타인의 꿈에 침투한다는 것도 놀라운데 꿈을 공유하기까지 한다니 생각할수록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른 이의 꿈에 들어가 꿈을 공유하며 목표물의 비밀을 훔쳐내는 '추출자' 코브역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았다.
어느 날 코브는 사이토(와다나베 켄)라는 기업인으로부터
경쟁중인 기업의 상속자에게 생각을 조작해서 회사를 나눌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게 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일에 대한 대가는 거액의 돈과 코브의 수배를 풀어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의뢰인 사이토의 조건을 받아들인 코브는 '설계사'와 '약술사'를 포함한 5명의 드림팀을 꾸며
목표물인 피셔(킬리언 머피)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그의 꿈에 침투하게 된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내용이 '꿈'이라는 설정 때문에 점점 복잡하게 된다.
코브의 아내 멜의 존재는 코브의 일이 쉽지 않음을 자주 주지시켜준다.
꿈에 침투한다는 것도 관객들에게는 낯선데 다시 꿈속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더 영화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주인공인 코브의 팽이를 보여주는데 빙빙 돌던 팽이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서서히 돈다.
보는 이의 생각에 따라서 멈추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계속 도는 걸로도 보일 수 있는데 이 점을 감독은 염두에 두지 않았나싶다.
돌던 팽이가 쓰러지면 현실이고 계속 돌면 꿈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우리 가족은 팽이가 쓰러졌는지 계속 도는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코브가 진실로 그리웠기 때문에 멈췄다고 믿었다.
아니, 솔직히 멈추었으면 하고 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말하듯
비틀거리면서도 끝내 돌아가는 팽이를 보면서 저건 분명 꿈이야... 라는 나름의 안타까운 결론을 내고 말았다.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인가?... 한번쯤은 묻고만 싶어지는 영화 인셉션은
신선한 소재와 스케일,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여 더욱 더 좋았다.
영화에서는 떨어지는 느낌이나 물에 빠뜨리는 등 물리적 충격을 주어
꿈에서 깨어나게 하려는 것을 킥이라고 하는데 킥을 사용해야 한다는 전조로 특정 음악을 사용하기도 했다.
킥을 사용하면 꿈속에서도 그 진동을 느낄 수 있기에 꿈에서 깨어날 수가 있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놀란이 만들어 놓은 수없이 많은 미로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관객들 모두에게 안성맞춤인 킥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꿈속에서 다시 더 깊숙한 꿈으로 침투하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거침없이 무너트린 영화, 인셉션...
영화는 끝났는데 나는 현실과 기억과 꿈을 통해 넘나드는,
나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가 미치도록 궁금해졌다.
꿈인 줄 알면서도 깨고 싶지 않은 순간은 없었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워서 돌아가고 싶은 날들,
버리고 싶은 것과 잊고 싶은 순간들까지...
영화는 내게 많은 질문을 던졌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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