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때문에 좋고 무엇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은
그 무엇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사랑하는 감정도 소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첫눈에 반한 사랑도, 오랜 기간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 설렘은 오간 데 없고 장점보다 단점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상대의 단점을 이해하고 감싸 안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사랑에 책임과 의무가 빠진다면 어느 날 문득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이별통보를 받을지도 모른다.
이별에도 공식은 있다.
만남과 전화, 문자의 횟수가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면
십중팔구 이별의 신호탄을 이미 쏘아 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별의 초기증상을 어렴풋이 알아챈다고 해도 인정하기 싫은 게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에
한쪽은 이미 정리단계로 넘어갔는데 다른 한쪽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교집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사랑이라면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과정이 이별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여자와 남자는 이별하는 방법도 다르다.
남자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전화를 걸지도 받지도 않는다.
그와 반대로 여자는 완전히 마음을 정리하기 전까지 이전보다 더 자주 전화하고
자신이 이해될 때까지, 상대방의 오해가 풀릴 때까지 마음을 전하려 노력한다.
남자는 일방적인 통보만으로도 이별할 수 있지만
여자는 이별에도 예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사랑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여자들이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는 이유다.
남자가 쉼표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별을
여자는 마침표를 찍어야만 비로소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이즈음에서 며칠 전 외국인 친구와의 통화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려 한다.
몇 년 전, 남편을 사별한 친구는 이혼한 한국인 남자와의 좋은 만남을 유지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남자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몇 개월째 연락 두절이라는,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고민 상담이었다.
대화의 도움을 위해서 친구는 A, 필자는 B로 표시한다.
A: “어머, 한국남자들은 다 그래? 만나서 끝을 맺어야지. 기분 찜찜하게 연락 안 하면 다냐고...”
B: “아마도, 어쩌면 한국남자들 절반은 이별하는 법을 모를걸. 이별에도 예의가 있다는 걸 알면 좋을 텐데...”
A: “세상에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만나서 이야기하려고 전화하고 문자 보내도 받지도 않고 도통 연락이 없어”
B: “남자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연락하지 않을걸. 대부분의 남자는 잘나가고 걱정이 없을 때 가장 친절하고 행동도 자유롭거든.”
A: “사업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이건 좀 다르지 않니?”
B: “그러게 말이야. 굳이 만나서 이야기하려고 애쓰지 마. 세월이 흘러서 되돌아보면 자연스레 만남이 끊어진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잊어."
A: “I See. 확실하게 끝내지 않은 거 무척 싫고 고민됐는데 속이 좀 후련해진 것 같아. 고마워."
남자들은 모르는 것 같다.
여자는 마음을 정리하기는 어려워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인연에 대해서는 더 냉정해진다는 걸,
여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그토록 전화나 문자 등에 집착하는 이유는
떠나가는 사랑이 그리워 붙잡기 위한 노력보다는
더는 더 이상은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확실한 마침표를 찍기 위한 수순이라는 걸.
어쩌면 이별하는 방법의 문제가 이별 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나는
남녀 간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다.
대부분의 여자가 새로운 사랑에 충실히 하려고 할 때
많은 남자는 옛사랑이나 첫사랑을 못 잊어 술 먹으면 전화를 한다거나
기타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려고 한다.
갑자기, 왈칵, 문득 드러나는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남자가 여자보다 지나간 사랑에 집착하거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더 많은 것 같다.
사람마다 개인차는 분명 있겠지만 말이다.
사랑의 뒷모습인 이별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의 설렘, 기대, 신뢰가 사라졌다 해도
흔적을 남기는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은 하지 마라.
사랑한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지킬 줄 아는 당신이야말로
새로운 사랑을 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2010년 09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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