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어머니!...
너무 오랜만에 소식전하죠?
지난 11월 20일 토요일에 오빠가 고향집에 들렀다가 쌀을 택배로 보내왔어요.
이름이 적힌 쌀 포대를 보니 금방이라도 ‘숙아’ 하고 어머니께서
우리 집으로 들어설 것만 같아 반가운 마음에 대문을 몇 번이고 바라보았어요.
보고픈 어머니!...
행복에 겨워 웃다가도 엄마 하고 부르면
어찌 이리도 그립고 보고 싶은지요.
보고픔에 울컥 눈물 흘리다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머니와의 추억을 생각해내면 또 어찌 그리도 따스한지요.
그리운 어머니!...
막내딸 숙이는 이유도 없이 갑자기 오른 팔이 아파서 병원에 다녔어요.
아픈 시기가 하필 수능을 며칠 앞 둔 날부터 시작 되어 아이들과 신랑한테 참 많이 미안했어요.
덕분에 엄마사위가 고생이 많았어요.
살면서 종종 이런 사람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착하고 성실한 그 사람에게 감동하며 사는 제 모습,
생각만 해도 흐뭇하시죠?...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저려 오는 어머니!...
오늘은 지난번처럼 움직일 수도 들 수도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어제 저녁부터 아파 오는 어깨 때문에 한방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수능 시험치고 난 후 저녁에는 재즈댄스를 배우러 가고
낮에는 영어회화 공부하러 학원에 간 신애가 열쇠를 책상 위에 두고 가
결국 병원은 내일 가기로 하고 이른 저녁시간에 가족 모두 쇼핑을 갔어요.
신상품으로 아디다스 운동화와 게스 청바지를 선물 받은 신애는 마음에 든다며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렸지만
재석이는 고를 때도 괜찮네 하는 정도의 반응만 보이더니 집에 돌아와서도 이내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어머니!...
올해는 예년보다 보름 정도 빨리 김장을 했어요.
일 년에 몇 번 반찬이랑 이것저것 챙겨다주는 둘째 언니가
아는 분이 농사지은 배추 밭에 직접 가서 가져 온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씻어 물까지 빼서 준비해왔어요.
덕분에 결혼 20년차로 사는 동안 옆에서 구경만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고모도 도와주러 오시고 신랑도 옆에서 거들고 하여 65포기 김장을 빨리 끝냈어요.
부르면 마음을 데우고 눈시울을 젖게 하는 어머니!...
신애가 11월 19일에 수능시험을 쳤는데 다른 과목은 올 1등급인데
외국어영역에서 성적이 많이 떨어져 1등급 컷 기준인 90점보다 1점 모자란 89점을 받아
아쉽게도 외국어영역 백분위 성적이 95가 되었어요.
그동안 언, 수, 외, 탐 모의고사 백분율이 갑작스레 추락한 두 번을 제외한 성적이
99.92, 99.75, 99.45 등 대체적으로 만족한 결과를 보였는데 뜻밖의 결과에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수시에 지원한 대학 모두 언, 수, 외 1등급이어야 우선선발이 되는데
영어 1점 때문에 기회가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정도가 아니에요.
수시1차에 특기자 전형을 지원했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와
진리자유전형으로 언론홍보영상학부를 낸 연세대는 1차에서 떨어졌지만
지역우수인재로 지원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는 면접도 잘 본 것 같아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머니, 이번 주 일요일(12일)에 합격 발표를 하는 정치외교학과와 경영학과
욕심인 줄 알지만 그동안 노력한 정성이 헛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어머니께서 가장 궁금해 하시는 오빠와 셋째언니도 잘 지내고 있어요.
참, 셋째언니 두 아이 모두 올해 수능을 쳤어요.
신애와 함께 두 아이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어머니께서 살펴주세요.
그리고 지난 일요일에 큰언니가 왔다가 하룻밤 쉬어갔어요.
반찬이랑 이것저것 챙겨다 주는 둘째언니와 큰언니 덕분에
언젠가 재석이가 엄마는 막내라서 좋은 점도 있네요... 하더라고요.
딱히 맏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시댁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주는 게 익숙한 아빠엄마를 보고 자란 재석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순수한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효자인 막내사위가 본가와 형제, 친척들에게 얼마나 잘하는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꿈속에서라도 어머니 볼을 어루만지며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픈 저는 어느새 마흔의 후반을 내달리고 있어요.
누구는 여자나이 마흔 후반이면 저무는 나이라고도 하지만 어머니는 마흔 초반에 절 낳아 기르셨으니
지금의 제 나이엔 막내인 저를 초등학교에 보내지도 못하셨지요.
아, 어머니!...
언젠가 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 중에 자식들 다 크고 나니 다섯도 적더라는...
어머니의 그 마음을 이제 저도 알 것 같아요.
꿈속에서도 잊지 못하는 존경하는 어머니,
엊그제는 대구에도 첫눈이 내렸어요.
어머니께서 계신 그 먼 나라는 지금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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