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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깊고 낮은 읊조림(일백 서른) - 이희숙

by 시인촌 2011. 1. 30.

 

제 노트북 덮개는 선운사 가는 길에

미당 서정주 문학관에 들렀다 산 다포입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 문득

다포의 내용인 인연설이 눈에 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오늘 불현듯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만해 한용운 시인의 詩(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였다는 사실을...

미당문학관에서 미당의 시집 한 권과 다포를 샀는데

만해의 詩를 왜 다포로 만들어 팔고 있었는지...  

아무튼 다포에 적힌 인연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연설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말고,

이 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처롭게 한 사랑이라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에 기쁜 일이라 함께 기뻐 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 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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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시인의 詩(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