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노트북 덮개는 선운사 가는 길에
미당 서정주 문학관에 들렀다 산 다포입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 문득
다포의 내용인 인연설이 눈에 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오늘 불현듯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만해 한용운 시인의 詩(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였다는 사실을...
미당문학관에서 미당의 시집 한 권과 다포를 샀는데
만해의 詩를 왜 다포로 만들어 팔고 있었는지...
아무튼 다포에 적힌 인연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연설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말고,
이 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처롭게 한 사랑이라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에 기쁜 일이라 함께 기뻐 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 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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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시인의 詩(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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