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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깊고 낮은 읊조림(일백 서른둘) - 이희숙

by 시인촌 2011. 2. 19.

 

 

 

해리포트 작가에 대해 아들과 이야기 나누던 도중

신랑이 툭 던지는 한마디

“희야는 유명한 작가는 될 수 없을 것 같아...”

묘한 기분 위로

친구는 너무 행복해서 작가로서 유명해지긴 어렵겠다던

일산 사는 친구의 웃는 모습이 보인다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 밑바닥까지 가 봐야 하는데

행복한 게 나의 단점이자

경험 없음이 내 글의 한계라고 했었던 사람은 또 있었다

우정 어린 충고를 들을 때마다

유명한 시인이나 작가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불우한 환경이나 경험이라면

얼마든지 사양하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감춰진 나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즐거운데

이 이상 더 필요한 것이 있어야 하는지

되레 묻곤 했지만

오늘은 눈을 반짝 일수도

그 어떤 물음도 할 수 없었다

남편 앞에서 나는 시인도 작가도 아닌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로서 존재할 때

가장 어여쁜 이름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