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수요일 딸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11학년 수학능력시험에서 상위1%이내의 성적에 들고서도
원하는 학교와 과에 합격하지 못해 꿈을 위해 재수를 선택한 딸아이가
대외 수상자 명단에 들어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졸업하기 며칠 전,
“성적순으로라면 너도 상을 탈 것 같은데?...”
“서울대에 합격해야만 상을 준다던데 포기하는 게 편할 걸...”
“엄마 때는 학업성적순으로 상 받았는데...”
“상을 주면 좋겠지만 뭐...”
아이의 생각과 달리 서울대를 합격한 친구들은 특별상을 수상하고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업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을 종합한
문. 이과 전교 1등을 선두로 몇 몇은 대외 수상을 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서운함이 조금은 위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난 10일 목요일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고학년(4,5,6학년) 내내
남부교육청 수학영재 수업을 받았던 아이였기에
중학교도 알차게 보내리라 믿었는데
입학 할 때 성적인 전교 4등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졸업식 날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다고 학교를 휘 젖고 다니는 누나와 달리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들이 조금은 답답하다 느꼈는지
남편은 공부 잘 하라는 소리 안 할 테니 고등학교 1년은 하고 싶은 것 하란다.
엄마인 나는 한술 더 떠 멋도 부리고 음악이든 스포츠든 하고 싶은 것 있으면
다 시켜 줄 테니 말만 하라고 했다.
딸아이 졸업식 날은 수성구에 있는 중국집에서 코스요리를 먹었고
다음 날인 아들 졸업식 날은 VIPS에서 빕스 갈릭 스테이크와 폭립
그리고 샐러드바를 이용해서 맛있게 먹었다.
두 끼 외식비가 26만원이 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아이는
며칠 굶어야겠다며 농담을 한다.
아빠, 엄마한테 농담을 건 낼 정도로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에
코끝이 찡하고 순간 뜨거운 감동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설 연휴를 포함한 보름 동안 우리 집에 계셨던 시어른이 서울로 돌아가고 난 후
나는 봄 마중 나 온 사람처럼 부지런을 떤다.
내 행동에 화답하듯 천리향이 활짝 피었다.
식구들 각자가 꿈꾸는 대로 이루어 질 것만 같은 행복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 좋은 예감으로 오늘도 나는 꿈을 꾸고 사랑을 하고 소리 내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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