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고 낮은 읊조림

깊고 낮은 읊조림(일백 서른셋) - 이희숙

by 시인촌 2011. 7. 18.

 

지난 6월 9일 집근처 앞산순환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수험생과 고등학교 1학년을 둔 학부모로서 입원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7월6일 퇴원해서 매일 한방치료와 정형외과치료를 번갈아 가며 받고 있지만

말로만 듣던 교통사고 후유증,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임을 날마다 확인한다.

 

사람들은 골절상 입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냐며 위로하지만

퇴원해도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다.

견딜만하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 허리와 다리,

양쪽 무릎과 오른쪽 어깨가 돌아가며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왼쪽 손목과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도 아직 덜 나은 상태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요즘,

집안일은 남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어 힘들지 않은데

독립성과 편리성 때문에 좋아했던

2층에서 5층까지 실내계단으로 연결된 집 구조는

그야말로 휴 소리를 절로 자아내게 한다.

 

교통사고가 난 지 한 달도 더 지난 며칠 전, 운전대를 잡았다.

피해자 입장이라 그런지 다행히 두렵거나 떨리는 마음은 없었지만

평소와 달리 더 조심하는 내 모습에 괜스레 웃음이 났다.

 

내 차 수리비 견적이 6백만원인 걸 감안하면

사람들 말대로 이만한 게 얼마나 다행이냐 싶다가도

사고가 나기 이전 해왔던 많은 것들을 할 수 없음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아,

하루 빨리 사고가 나기 이전의 건강한 나로 돌아가고 싶다.

 

 

 

37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