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과향기

시간도 쉬어 가는 곳 경북 군위 화본역 그리고...

by 시인촌 2012. 11. 27.

 

 

지난 금요일, 식전부터 휴대 전화벨이 부르르 떨린다.

목공예전시회 보러 가자는 친구의 전화다.

서울 다녀온 후 발등과 발가락이 부어 병원 치료 중이라

좋은 기회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집안일을 정리하고 병원을 갈까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씻고 올까 망설이던 중

집에 들른 남편에게 오라는 데도 많고 만나자는 사람도 많은데

거절하기 일쑤라고 말꼬리를 흐렸더니 차로 한 바퀴 돌고 오잔다.

그렇게 찾아 간 곳이 경북 군위군 산성면에 있는 화본역이다.

 

 

                             

  

화본역을 처음 본 순간

멋지다는 말이 연속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처럼 절로 터져 나왔다.

날씨마저 흐리고 단풍도 지고 없는 11월 중순인데도 말이다.

그날 화본역에 내 마음을 빼앗긴 데 필요한 시간은

호감 있는 사람에게 반응하는 속도인 3초보다 더 짧았으리라.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철길 하며

샛노란 은행잎이 행운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10월의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만으로도 네티즌이 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잘 알려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앞모습만 살짝 선보인 흰색 승용차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내 옆을 지키는 일등공신이다.

 

 

큰 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유치원생들의 가방이

11월의 풍경을 따뜻하게 한다.

 

 

견학용으로 멈춰 선 기차,

날마다 달리는 꿈을 꾸는지도 모를 일이다. 

 

 

화본역에 들어오는 경북관광 순환테마열차를

운 좋게도 휴대전화로 찍을 수 있었다.

경북의 관광명소를 그림으로 소개한 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증기기관차에 물을 보급하던 급수 탱크,

내부모습을 언젠가 텔레비전을 통해 자세히 보긴 했지만

오르락내리락하면 아픈 발이 더 심해질까 걱정하는 남편 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리서 구경만 한 것이 못내 아쉽다.

  

 

화본역에서도 빤히 바라보이는 옛 산성중학교에 자리한

추억의 시간여행!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를 찾아들었다.

 

 

때마침 그곳을 찾은 유치원생 아이들이 있어

인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휴대전화로 찍었다.

새처럼 지저귀는 아이들의 조잘댐이 정겹고 사랑스럽다.

 

                 

 

계세요? 하고 부르면 금방이라도 누군가 나올 것만 같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나와 남편은

시골과 서울이라는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화본 근. 현대사 박물관에 비치된 물건이며 풍경을 관람하는 동안은

동시대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만이 느끼고 이해하는 그리움이

표정과 몸짓에서 배어나왔다.

 

 

 

 

  

 

좁은 골목에 늘어선 가게들을 휴대전화로 찍었더니

전체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아 아쉬운 사진뿐이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추억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애틋해지는 마음

 

 

교실 복도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운치가 있다.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던 시절,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이 그립다.

 

 

군위 석산 약바람 산촌생태마을,

우리 외에 네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주인은 정작 외출 중인지 그곳을 나올 때까지 보이지 않았다.

 

.

.

.

 

출발할 때는 한우로 유명한 군위에서

점심으로 꽃등심이나 실컷 먹을 요량이었는데

화본역 근처뿐만 아니라 답사차 들른 군위 석산 약바람 산촌생태마을,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아미산을 거쳐 군위호 주변을 돌아오는 동안에도

변변한 식당조차 눈에 띄지 않았고 

군위호 주변에 있던 식당마저 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 그런지 문이 잠겨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미산 사진을 몇 장 찍고 싶었으나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거니와

주차장과 화장실 공사로 시끄러워 다음을 기약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아미산 식당으로 찾아들었다.

찬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집에서 먹는 건강한 밥상을 받아든 기분,

덕분에 국으로 나온 쇠고깃국까지 남김없이 맛있게 먹었다.

 

한번에 30분 이상 걷지 말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삼국유사로 유명한 일연 스님이 기거한 인각사와

차를 타고 가면서 눈으로만 아쉬움을 달랜 학소대,

꼭 한번은 들르고 싶었던 가장 아름다운 돌담길로 선정된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 마을까지

내년 봄이나 가을에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고 대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