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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향기

중년에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떠난 여행

by 시인촌 2012. 12. 12.

 

 

대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동창 중 남자 넷, 여자 다섯으로 이루어진 모임의 장을

2007년 10월 결성된 이래 지금까지 쭉 내가 맡고 있는데 모임 결성 후 처음으로 뜻을 모아

12월 1일 남해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9명의 회원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때 평범한 아이였던 남자 A는 

대학 4년을 청바지와 체육복으로 생활할 정도로 변변한 외출복 한 벌 없었던 그는

친구들 사이에 참 재미없는 사람으로 기억되곤 했지만,

오늘날 99%의 노력으로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무튼, 거주지와 직장을 서울로 옮긴 후로 모임에 불참하고 있으니

사실상 첫 번째 자연탈퇴회원이 된 셈이지만 여전히 회원명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졸이 학력 전부인 B는 초등학교 시절 용모도 단정치 못한 데다 유난히 코를 많이 흘려

오늘날 규모는 작지만 연 매출 10억을 훌쩍 넘기는 회사의 사장이 된 그를 보고

몇몇 친구들은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가 누구보다 높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을 행동으로 증명한 인물이다.

아무튼, 이번 여행에서 운전하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유머는 기본이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까지 보여 친구들 사이에서 섭외 0순위라는 인정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착하고 성격도 원만했던 C는 연상의 여인과 결혼했는데

마흔을 넘긴 나이에 대학을 꿈꾸는 아내의 소원을 흔쾌히 들어줘

친구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멋진 놈이라는 평을 받는다.

현재 기계 관련 자영업을 하는데 경제적으로는 역시 안정된 부류에 속한다.

모임이 결성된 이래 출석률 100%를 자랑하는 그는 여행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

친구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정받았다.  

 

 2007년 첫 모임이 있던 날,

거의 20년 만에 만난 내 옆에 찰싹 붙어 적잖이 날 당황스럽게 했던 D는

초등학교 남학생 중에서는 제법 똘똘한 축에 속했다.

친구 중 가장 늦게 결혼한 탓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그는 금융종사자로 직장 내 서열이 2위라

남자 동창 중 성공한 축에 속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에 안 나온 지 오래다.

 

이런 이유로 남해 여행은 남자 B와 C 둘만 동행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뭐든 똑 부러지는 스타일인 여자 A는

작은 키에 어울리지 않게 봉고만 고집하는 실속파다.

성실하고 활발한 성격 덕분에 사교성도 좋아 적이 없는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자영업을 하는데 한 달 수입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덕분에 그녀는 여자 동창 중 자수성가한 인물로 꼽힌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 독일 마을을 천천히 걸어 구경하지 못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아름다운 독일 마을을 제대로 담지 못해 아쉽다.

 

 

 

 

 

여자 B는 친밀함의 표현으로 가시나, 머시마를 입에 달고 살아 듣기 불편할 때도 있지만,

뒤끝 없는 성격에 잘 챙겨주는 스타일이라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

남편의 직업이 공무원이라 먹고 사는데 걱정은 없지만,

재산 불리기에 관심이 많은 그녀다 보니 꾸준히 경제활동을 한 덕분에

일찌감치 노후대책을 마련한 진짜 실속파에 속한다. 

 

회원 중 유일하게 이혼한 여자 C는 심성이 고와 사기를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인물이다.

공기업에 다니던 남편과 헤어진 지 오래지만, 딱히 재혼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처럼 그녀는 지금

대학을 졸업해서 취직한 딸과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아들을 향한 사랑의 힘으로

전업주부에서 탈피 직원을 거느린 식당사장님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다. 

 

가천 다랭이 마을, 해가 진 시각에 도착하여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여자 다섯 중에 가장 키가 큰 D는 키 큰 사람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는 말처럼

모임에서 곧잘 농담하곤 해 그녀의 말 한마디에 큰소리로 웃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런 그녀가 모임에서 세상 모든 남자가 자기 남편과 같은 나이로 보인다는 소리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또 박장대소를 했다.

여러 면에서 중산층에 속하는 그녀는 자녀 둘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니

놀면 뭐해하더니 작년 봄부터 모 고등학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

9명 회원 중 유일하게 백수면서 이것저것 취미부자고

특히 여행을 좋아해서 국내외 가리지 않고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이라

친구들 말을 빌리면 내 팔자가 상팔자란다.

 

말보다 행동으로 서로 챙겨주었던 1박 2일

(물건리 방조어부림- 독일마을- 남해 금산 보리암 - 가천 다랭이마을)

마흔의 마지막 해를 보내면서 떠난 여행은 우정이라는 이름보다 더 따뜻했어.

이번 여행으로 일 년은 버틸 힘이 생겼다는 친구도

다음 여행은 무조건 해외로 어때? 라며 즉석에서 바로 답하라는 친구도

연말에 얼굴 또 보자며 헤어짐을 아쉬워한 친구도 모두 다 함께 고마워.

살면서 더러 꺼내고 싶은 추억 한 조각을 함께 만들어 간 친구들 덕분에 즐거웠어.

언제까지나 우리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