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익은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생소한 간판이 떡하니 걸렸다
둘은 고사하고 하나도 많다며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요즘 세태
소문 없이 사라지는 건 어쩌면 예견된 일
기억은 잃어도 사람 사는 곳은 매한가지
가끔 큰 소리로 싸우기도 하고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말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남편 얘기인 줄 알았는데 듣다 보면 아들 이야기
요양원보다는 근사한 이름을 가진 청춘복지센터에는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사람들이 산다
그들만이 사는 세상에서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처음인 듯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반복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다
온 생애를 다 바쳐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
그들에게도 고단했지만 눈부셨던 청춘이 있었다
침대 하나가 자기 집 전부이며 사유 공간인 그곳에
언제나 환한 봄이 다녀 간다
그곳에는 늙지 않는 청춘들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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