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 있는 간이역

언제나 새로운 청춘센터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24. 8. 21.

눈에 익은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생소한 간판이 떡하니 걸렸다

 

둘은 고사하고 하나도 많다며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요즘 세태

소문 없이 사라지는 건 어쩌면 예견된 일

 

기억은 잃어도 사람 사는 곳은 매한가지

가끔 큰 소리로 싸우기도 하고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말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남편 얘기인 줄 알았는데 듣다 보면 아들 이야기

 

요양원보다는 근사한 이름을 가진 청춘복지센터에는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사람들이 산다

그들만이 사는 세상에서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처음인 듯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반복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다

 

온 생애를 다 바쳐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

그들에게도 고단했지만 눈부셨던 청춘이 있었다

침대 하나가 자기 집 전부이며 사유 공간인 그곳에

언제나 환한 봄이 다녀 간다

 

그곳에는 늙지 않는 청춘들만 있다

 

'시가 있는 간이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명약 - 희야 이희숙  (0) 2024.08.22
아름다운 나이 - 희야 이희숙  (0) 2024.08.21
밀당 - 희야 이희숙  (0) 2024.08.14
독백 - 희야 이희숙  (0) 2024.08.12
아름다운 안부 - 희야 이희숙  (0) 2024.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