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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엄마의 명약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24. 8. 22.

친정집에는 콩나물시루가 배경처럼 놓여 있었다

 

온 식구가 함께 살던 그 시절, 콩나물은 비빔밥 단골손님인 콩나물무침 파 송송 시원한 콩나물국 콩나물이 들어가 더 맛난 갱시기로 가족들의 입맛을 살렸다

 

일 년에 두세 번 고향 집을 찾으면 엄마가 안 계신 마루에 앉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건 몸살감기로 앓아누웠을 때 엄마가 끓여주신 갱시기 한 그릇

 

아플 때 약을 먹어도 며칠은 가는데 따끈한 갱시기 한술을 뜨면 씻은 듯 낫는 기분이 들어 아플 때면 갱시기를 찾았다 어쩌다 몸살감기로 몸져눕는 날이면 왈칵 엄마가 보고 싶고 멸치육수에 식은 밥과 콩나물파계란김치떡국북어고구마를 넣어 끓인 영양 만점 울 엄마표 갱시기가 그리워서 털고 일어나 갱시기를 끓인다

 

한 그릇의 갱시기를 잊지 못하는 건 엄마의 사랑이 못내 그립기 때문이고 오래전 그날의 온도 습도 바람 냄새 눈빛 목소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플 때나 마음이 허전할 때 가만가만 위로를 건네는 나의 최애 음식이자 마음을 적시는 갱시기

 

당신에게도 마음에 위로를 주는 음식이 있나요?

 

 

* 갱시기경상북도 김천시의성군상주시문경시예천군구미시경주시고령군성주군경상남도 거창군합천군 지역 쪽에서 먹는 향토 음식갱죽으로도 부른다.

 

 

 2021년 02월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