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에는 콩나물시루가 배경처럼 놓여 있었다
온 식구가 함께 살던 그 시절, 콩나물은 비빔밥 단골손님인 콩나물무침 파 송송 시원한 콩나물국 콩나물이 들어가 더 맛난 갱시기로 가족들의 입맛을 살렸다
일 년에 두세 번 고향 집을 찾으면 엄마가 안 계신 마루에 앉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건 몸살감기로 앓아누웠을 때 엄마가 끓여주신 갱시기 한 그릇
아플 때 약을 먹어도 며칠은 가는데 따끈한 갱시기 한술을 뜨면 씻은 듯 낫는 기분이 들어 아플 때면 갱시기를 찾았다 어쩌다 몸살감기로 몸져눕는 날이면 왈칵 엄마가 보고 싶고 멸치육수에 식은 밥과 콩나물파계란김치떡국북어고구마를 넣어 끓인 영양 만점 울 엄마표 갱시기가 그리워서 털고 일어나 갱시기를 끓인다
한 그릇의 갱시기를 잊지 못하는 건 엄마의 사랑이 못내 그립기 때문이고 오래전 그날의 온도 습도 바람 냄새 눈빛 목소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플 때나 마음이 허전할 때 가만가만 위로를 건네는 나의 최애 음식이자 마음을 적시는 갱시기
당신에게도 마음에 위로를 주는 음식이 있나요?
* 갱시기: 경상북도 김천시. 의성군. 상주시. 문경시. 예천군. 구미시. 경주시. 고령군. 성주군. 경상남도 거창군. 합천군 지역 쪽에서 먹는 향토 음식. 갱죽으로도 부른다.
2021년 02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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