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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아름다운 나이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24. 8. 21.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월의 흔적을 비켜 갈 수 없고

주름진 얼굴과 깜빡이는 기억을 피할 수 없고

어설픈 행동과 느려진 걸음걸이를 어쩌지 못하는 것

 

설레며 단장하는 날도 큰소리로 웃는 일도 줄어 

어쩌다 벌써 이 나이가 되었나 싶어

문득 허무한 생각마저 들지만

살아온 경험치가 지층처럼 쌓여

마음 한편에 넓고 환한 방이 생겨나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시처럼 박혀 있던 욕심들을 내려놓을 줄 알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별일 없이 다 지나갈 거라는 믿음

상처를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을 여유가 생겨나는 것

 

지나온 길 되돌아보니 세상사 다 거기서 거기

이해 못 할 것도 용서 못 할 일도 없어

고로, 연꽃처럼 피고 닫히는 때를 잘 아는 

지금이 좋다

 

 

2018년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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