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월의 흔적을 비켜 갈 수 없고
주름진 얼굴과 깜빡이는 기억을 피할 수 없고
어설픈 행동과 느려진 걸음걸이를 어쩌지 못하는 것
설레며 단장하는 날도 큰소리로 웃는 일도 줄어
어쩌다 벌써 이 나이가 되었나 싶어
문득 허무한 생각마저 들지만
살아온 경험치가 지층처럼 쌓여
마음 한편에 넓고 환한 방이 생겨나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시처럼 박혀 있던 욕심들을 내려놓을 줄 알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별일 없이 다 지나갈 거라는 믿음
상처를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을 여유가 생겨나는 것
지나온 길 되돌아보니 세상사 다 거기서 거기
이해 못 할 것도 용서 못 할 일도 없어
고로, 연꽃처럼 피고 닫히는 때를 잘 아는
지금이 좋다
2018년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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