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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밀당 - 희야 이희숙

by 시인촌 2024. 8. 14.

끝날 줄 모르는 줄다리기

승부를 가늠할 수 없이 팽팽하다

 

방심하면 어김없이 탈이 났다

시도 때도 없이 번갈아 가며 켜지는 빨강 신호등

자칫하다간 이방인에게 주도권을 뺏길까 조바심 난다

허락도 없이 불쑥 다가온 너, 면역체계 이상

 

별일 없이 지나간 날은 사방이 봄날이었고

무시로 흔들어대는 날은 온통 겨울이었다

, 기를 쓰며 달려드는 너

더 기를 쓰며 달래는 나

 

몸 구석구석 한랭 전선이 형성되었다

봄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처럼

창밖은 꽃샘바람과 봄꽃의 밀당이 한창인데

나의 봄은 아득히 멀기만 하다

 

 

2024년 어느 봄날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