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행복으로 채워져도 나만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면 마음에 허기가 진다 그럴 때면 서울 사는 딸 집에 간다 주인을 닮아서 친절한 작은집은 몇 걸음만 움직여도 목표물을 낚아챌 수 있다거나 쓱 둘러봐도 뭐가 있는지 쏙 들어와 어쩌다 찾는 내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딸이 출근하고 나면 주방 욕실 냉장고 세탁기 할 것 없이 하나둘 곁으로 바싹 다가와 앉는다 모 드라마에 나와 공전의 히트를 친 토스트기도 숨겨 둔 팔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선물로 받은 소국도 배시시 웃으며 말을 걸고 구례오일장에서 이사 온 다육이도 반갑다고 환한 얼굴로 인사하고 걸어 둔 드라이기도 어서 외출 준비하라고 등 떠민다
아담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이곳은 해묵은 감정도 보듬어 주고 위로받지 못한 감정마저도 보듬어 주는 희한한 공간이다
2023년 - 喜也 李姬淑
'시가 있는 간이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볕 과식의 부작용 - 희야 이희숙 (0) | 2024.08.24 |
---|---|
사랑의 유효기간 - 희야 이희숙 (0) | 2024.08.23 |
엄마의 명약 - 희야 이희숙 (0) | 2024.08.22 |
아름다운 나이 - 희야 이희숙 (0) | 2024.08.21 |
언제나 새로운 청춘센터 - 희야 이희숙 (0) | 2024.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