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번쯤은 그러고 싶었어.
와인 한잔이면 족한 내가 술을 왕창 마시고는
소위 필름이 끊겼다고 말하는 그 상황을 체험하고 싶었어.
딱 한번만 지금처럼 이성과 감성을
내 의지대로 조절하고 사는
현실과 같은지 아닌 지만 확인하고 싶었지만
불혹을 넘긴 지금껏 단 한번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어.
솔직히 자신이 없었던 거야.
잠재된 의식 속에 숨어 있던 수많은 빛깔의 이야기들이
복병처럼 한꺼번에 튀어나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앞섰던 거지.
그것도 아니라면
현실 속 내 모습과 너무도 먼 나를 발견하게 될까봐
두려운 건지도 모르고
그래도 딱 한번은 자유로운 내 영혼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말이야.
누구보다도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하고 있고
스스로에게조차도 당당해 하고 있기 때문에
더 겁이 난 건지도 모르겠어.
교육에 의해, 환경에 의해, 의지에 의해 잘 다듬어진 내 모습이
한순간 오류를 범하게 될까봐.
그렇지만 때때로 정돈된 나를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놓고 싶을 때가 있어.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니?
그런 날 있잖아.
별일도 없으면서 별일 있는 것처럼
감각기관을 길들이고 싶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