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오늘은 손님하고 식사해야 할 것 같으니까 혼자 요가 갖다와. 늦지 않게 준비해서 잘 갔다 오고..."
"알았어..."
끊어진 전화를 뒤로하고 부랴부랴 아이들 저녁밥을 차려주고 요가교실로 향했다. 휴대폰 시계를 보니 운동시작 10분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경보속도로 걷고 사람들이 별로 없거나 달리는 차가 없을 땐 나이도 잊은 채 100m 달리기 14초속도로 뛰었다.
대학시절부터 마흔을 넘긴 오늘날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스포츠가 몇 종류 안 될 정도로 운동을 즐기는 나는 결혼 후 임신기간과 두 아이 출산 후 육아를 위해 보낸 몇 년간을 뺀 나머지 동안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 있기에 늦은 저녁시간대까지 운동시간을 만들 이유는 없었지만 퇴근 후 뭔가를 배우러 다니거나 낮 시간 동안 짬을 내어 운동할 시간을 만들기 쉽지 않은 남편을 위해 2월부터 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요가교실에 남편과 함께 등록해 요가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
우리말로 안녕하십니까 라는 말에 해당되는 인도 말인 나마스테(Namaste)로 시작하는 요가는 스스로 자기 몸과 마음과 주변을 느껴(운동)서 그 느낌의 참뜻에 맞는 지혜(명상)를 내고 그 실천의 경험(자아완성)을 통해 남을 살리는 바른 지혜의 선행을 하는 것이라는 실행적 의미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살을 빼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추세이고 보니 자연스럽게 요가교실을 찾는 사람들 중 90% 이상이 여성이라고 할 만큼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태가 이쯤 되고 보니 삼삼오오 여성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곳이나 여성들이 많이 가는 미장원조차 둘러갈 정도로 보수적인 남편이 건강을 위해서 라지만 요가교실에 혼자 갈리 만무하여 남편의 건강도 챙기고 오고가는 길에 하루 동안 있었던 소소한 행복들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데이트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기꺼이 동행을 하게 되었다.
5천∼6천년 전 고대 인도에서 시작된 요가(Yoga)는 원래 아리안의 언어인데 인도로 가져온 언어가 바로 범어(梵語) Sanskrta(완성)이다. 요가의 첫 글자 Y는 ‘올라탄다’는 뜻이고 O는 완성을 의미하고 G는 수납공간이 있는 장치 그리고 A는 어미(語尾)로 쓰였다. 인간이라는 장치가 외부 환경을 느끼고 수용하여 완성의 길에 오른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이해 할 수 있으므로 요가란 결국 ‘자아완성의 길’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요가는 명상과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요가의 전통적인 수행법 보다는 쉽고 간단한 명상과 호흡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는 방법으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요가를 시작한 첫날, 느낌이 어땠느냐고 묻는 내게 남편은 요가는 여성보다 운전을 많이 하거나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은 남성들이 하면 더 효과적인 운동이라며 시작하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부부가 가는 저녁 8시간대에는 남자라고는 남편과 우리처럼 부부가 함께 온 남성분을 합해서 두 명이 전부였으니 여성들이 득실대는 교실에서 며칠하고 그만 두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고 은근히 걱정했던 것과 달리 요가를 시작할 때에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지는 걸 느낀다며 나와 함께 요가교실로 가는 시간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그런 남편이지만 어쩌다 내가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렇게 많은 여자들 속에서 나 혼자 어떻게 하며 덩달아 운동을 쉬어 어쩔 수 없는 실과 바늘의 관계임을 확인하곤 한다.
요가를 시작한지 석 달이 지난 지금, 요가를 한 마디로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요가의 동작과 호흡법을 통해 몸이 이완되고 잃었던 신체리듬을 되찾게 된 것 같은 기분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가는 몸을 혹사하는 운동은 아니지만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다. 명상의 시간을 통해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기억해내고 반성하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도 그렇고 뒤틀린 자세를 바로 잡고 하는 동안 이곳저곳 결리지 않은 곳이 없고 당기지 않은 곳이 없지만 참고 견디다 보면 이상 하리 만치 몸이 개운함을 느끼게 되는, 아무튼 요가를 하고 난 뒤 한결 더 가벼워진 몸을 느낄 수 있었고 한층 더 편안해진 마음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스스로 진단하기에 내 몸과 마음이 하루를 더 살아내는 시간만큼 푸르르 가는 나무처럼 싱그럽기 그지없다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요가가 지향하는 욕망의 다스림이 내게 향기로운 꽃 향처럼 스며든 것은 아닐까 싶다.
요가교실에 혼자 갖다 오라는 남편의 전화를 받은 어제, 갈 때와 다르게 내딛는 발의 느낌과 걸음의 세기를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새삼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나는 우리 집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저문 하늘에 별처럼 빛나는 내 사랑이 살고 있는......
2005년 05월 - 喜也 李姬淑
'생각과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승의 날에 대한 짧은 단상(斷想) - 이희숙 (0) | 2005.07.04 |
---|---|
당신 운명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 이희숙 (0) | 2005.07.04 |
당근과 채찍 - 이희숙 (0) | 2005.04.29 |
본능(instinct)과 욕망(欲望 desire)에 관하여 - 이희숙 (0) | 2005.04.14 |
혈액형 이야기 - 이희숙 (0) | 2005.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