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날 며칠만에 컴퓨터를 켰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찾지 않은 무심함을 말하듯 읽지 않은 편지가 서른 하고도 다섯 통이나 된다. 요 근래 그 누군가와 살뜰하게 주고받은 편지 한 통 없는데 메일은 낙엽처럼 수북히 쌓여있다. 그동안 웹 상에서의 흔적을 증명이나 하듯 ‘좋은 생각’과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정직한 충복처럼 매일 내 이름을 챙겼고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문드문 날아오는 ‘독도수비대’소식과 내 이름으로 된 휴대전화고지서와 전기요금, 수도요금 그리고 공연정보를 알려주는 예술기획성우에서 보낸 메일 등이 보내온 날짜순으로 기다림에 목마른 여인처럼 말없이 내 이름을 끌어안은 채 불평 한마디 없이 다소곳이 앉아 있다 낯설다. 어느 이름 모를 낯선 땅을 항해하는 사람처럼 온라인이라는 별난 세상이... 2005년 06월 - 喜也 李姬淑
'깊고 낮은 읊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읊조림(예순 넷) - 이희숙 (0) | 2005.07.01 |
---|---|
읊조림(예순 셋) (0) | 2005.07.01 |
읊조림(예순 하나) - 이희숙 (0) | 2005.05.09 |
읊조림(예순) (0) | 2005.05.09 |
읊조림(쉰 아홉) (0) | 2005.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