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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읊조림(예순 둘)

by 시인촌 2005. 7. 1.

몇날 며칠만에 컴퓨터를 켰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찾지 않은 무심함을 말하듯 
읽지 않은 편지가 서른 하고도 다섯 통이나 된다.
요 근래 그 누군가와 살뜰하게 주고받은 편지 한 통 없는데 
메일은 낙엽처럼 수북히 쌓여있다.
그동안 웹 상에서의 흔적을 증명이나 하듯 
‘좋은 생각’과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정직한 충복처럼 매일 내 이름을 챙겼고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문드문 날아오는 ‘독도수비대’소식과 
내 이름으로 된 휴대전화고지서와 전기요금, 수도요금 
그리고 공연정보를 알려주는 예술기획성우에서 보낸 메일 등이 
보내온 날짜순으로 기다림에 목마른 여인처럼 말없이  
내 이름을 끌어안은 채 불평 한마디 없이 다소곳이 앉아 있다
낯설다.
어느 이름 모를 낯선 땅을 항해하는 사람처럼 
온라인이라는 별난 세상이...  

2005년 06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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