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주니어김영사에서 나온 ‘정답은 내 안에 있다 (이창환 글)’라는 제목의 책을 샀다. 같은 학년의 남자아이가 있는 친구와의 전화통화에서 알게 된 이 책은 가족이 두루 함께 읽기에 괜찮다는 친구의 권유도 있었지만 책의 겉표지를 보는 순간 감고 있던 눈이 번쩍 뜨지는 기분이었다. ‘이 세상의 공부는 모두 통한다! ’라는 글귀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을 쓴 저자의 약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적이 행복의 순위를 좌우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솔직히 나는 공부 잘하고 똑똑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공부만 잘하고 똑똑한 사람만을 가려서 유난히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공부만 잘하고도 신분상승이 가능한 나라를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공부는 이미 성공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공부는 성공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인생에 있어 피할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이 된 지 오래다.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 나라는 여자도 사람인지라 아무리 똑똑하다 해도 인간미라고는 전당포에 전세 맡긴 지 오래인 사람에게는 별 끌림을 느낄 수가 없다. 그 반면에 해박한 지식에서는 조금 뒤 처진다 하더라도 어떤 것들을 임하는 데 있어 노력하려고 하는 마음의 자세와 행동으로 실천하는 적극적인 면, 게다가 인간적이기까지 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자연스레 더 후한 점수를 매기며 한번 더 기억해 주려 애쓴다. 아무튼 나는 자식교육만큼은 관심을 너머 호기심 왕성한 사람처럼 언제나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책 읽는 부모가 아이의 미래에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한 번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런 생각은 나로 하여금 신문이나 책을 뒤지게 하기도 하고 아이들 교과서를 두루 살피게 하기도 한다. 이 나이에 굳이 지나간 책 속에 있는 지식을 쌓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는 없겠지만 오늘도 나는 두 아이 공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얼마간의 내 시간을 투자하는 동안 오히려 내가 더 뭔가를 했다는 뿌듯함을 맛보았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친구의 권유로 사게 된 책 ‘정답은 내 안에 있다’를 읽고 나면 아나운서가 미래의 꿈인 딸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을 내가 읽기도 전에 권했는데 아이보다 뒤늦게 읽은 내가 더 감동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나약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쉽게 좌절하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이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책을 쓴 저자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너무도 사랑스럽다.
만약 내가 이 글의 저자인 창환이가 사춘기나 청소년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다수아이들의 특성인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면 느끼는 감동지수는 훨씬 낮았을 것이다. 생활보호대상자, 등록금면제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도 가장인 엄마를 언제나 이해해 주고 자신 앞에 놓인 환경에 불만족을 느끼거나 부끄럽다는 생각대신에 모두 잘 될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뭐든 열심히 하는 아이 앞에서 내 아이도 도전에는 정답이 없다는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를 지닌 사람으로 성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살아가는 모든 일이 공부라는 생각을 하는 그 아이의 야무진 생각과 베짱이 마음에 들어 부러움마저 느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에게 공부하라, 책 읽어라, 일기 써라, 운동하라, 바른말 고운 말 사용하라 등등 요구하는 것은 끝도 없으면서 정작 부모인 자신은 피곤하다거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곰곰이 되돌아볼 일이다. 이 말은 가끔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생각이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내 마음에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자식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잘 됐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라면 열린 마음으로 아이보다 한 발 앞서 노력하는 자세로 전환할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아이 옆에서 말없이 책장을 넘기는 부모가 어떤 측면에서는 백 마디의 올바른 충고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교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대 안에 자녀의 사랑스러운 눈망울이 긍정적인 생각과 따스한 시선에 둘러 쌓여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2005년 08월 - 喜也 李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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