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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1. 29.

우리 서로 무진장 사랑하여 
인연의 고리 
죽어도 차마 끊지 못할 것 같았는데 
기별 없이 찾아온 이별 앞에  
주저앉은 그대를 보며 
사실은 내가 더 아팠다고
이제 와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발신자표시 제한번호를 
비밀번호 암호처럼 누르고 
말없이 깊은 강으로 흐르는 이
내 삶 전부를 송두리째 흔들었던 
그대였다는 걸 
오래전에 이미 알고 있었노라 
이제와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살다가 살아가다가 
불현듯 왈칵 
닿을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내 호흡 더 가빠졌다고 
태양보다 더 빛나던 한 사람이 
어쩐지 무작정 자꾸만 궁금했노라
이제 와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2003년 02월 17일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