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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느낌

익숙함에 관하여 - 이희숙

by 시인촌 2004. 2. 27.

익숙해서 아름다운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익숙하다는 건 어쩜 습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행동이 자연스럽게 편해지는 현상...
익숙하다는 것은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게 익숙해진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늘 함께 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러므로 익숙한 것에는 추억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거라고 조심스럽게 피력해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베란다 창문을 열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생수 한잔을 습관처럼 마시는 것도
식사 후에 커피를 꼭 마셔야 하는 것과
잠자기 전에 한 번 더 머리를 정갈하게 빗어야 하루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느낌...
어쩌면 익숙한 것에도 저마다 마음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이런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갈 것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오히려 부담스럽기도 하겠지요.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는 동안
처음에는 아기가 엄마에게 가장 먼저 익숙해지는 친숙함을 느낄 것이고
그 다음으로 아빠, 형, 누나, 언니 등
날마다 얼굴 마주치는 가족으로 그 정겨움이 확대되어 익숙함으로 자리잡습니다.
나이를 더해감에 따라 조금씩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한 개인의 인격체로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
많은 사람들에게로 그 익숙함이 점점 확대되어 나갑니다.

희야!...
남편이 나를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입니다.
이렇게 부를 때에는 마음이 편하고 좋은 상태라는 뜻이고
느닷없이 이름을 부를 때에는 뭔가 긴히 해야 할 말이 있거나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한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익숙함이 때로는 다른 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 내릴 수 있음에
사소한 말다툼을 피할 수 있는 지혜로까지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생각이지만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 가는데 있어서 접근방식 또한 저마다 다르겠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 누군가에게 익숙하게 길들여지고 있습니다.
눈빛하나, 몸짓하나, 심지어 목소리의 높고 낮음까지......
얼굴 표정 하나에도 뭔가를 느끼고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그녀 혹은 그 남자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익숙함으로 오늘은 그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01년 02월 01일 - 喜也 李姬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