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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깊고 낮은 읊조림(일흔 여덟) - 이희숙

by 시인촌 2006. 1. 2.

올 한해 
이유 없이 설레고 
이유 없이 그립고
이유 없이 눈물나는 그런 순간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내 안에 소리 없이 번지는 열정 때문이었음을... 
제대로 살고자 하는 뜨거움 때문이었음을... 
며칠 남지 않은 한해를 마감하는 길목에서 기억해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자신 안에 숨쉬는 욕심을 줄여야한다고...
하지만 나는 욕심을 줄이기 이전에
진정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 안에 고여있는 것들을 좀 더 가까이 느껴보려고 합니다. 
그런 후에 주관적인 나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나를 바라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전에도 나 자신을 관리하는 노력은 멈추지 않고 이어져왔지만 
마흔을 넘긴 나이 앞에서는 
이름과 얼굴과 나이에 
더한 깊이로 책임을 져야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지구 인구의 3분의 2가 세끼 식사도 해결하지 못하고 
질병에 고통에 아픈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 세상은 아직도 여전히 살만하고 
아니, 앞으로 영원히 살만하다라고 생각해 봅니다.
아픈 이들에게 
고통받는 이들에게 
따스한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이들이 있고 
따스한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져 주는 이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나라 현실은 일자리가 없어 먹을 것이 없어 
절망의 나날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참으로 많습니다.
이 추운 겨울, 
나는 나를 기억해주고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고 
더불어 가까이 지내는 지기가 있고 
비록 웹 상이라 할지라도 생각과 마음 속 풍경이 비슷한 님들로 인해 
행복하고 또 행복하지만 
그들을 생각하면 이 행복마저 감히 소리내어 말하기가 부끄럽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믿습니다. 
누구라도 시련은 어느 순간에 불청객처럼 찾아들 수 있지만 
1%의 건강한 열정이 사람들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면 
누구라도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의 밝은 삶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늘은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과 
사랑을 잃어버린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
사랑으로 그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은 
오늘을 기쁘게 살아낼 힘이 있어 행복하다는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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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24일 12시 14분 34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