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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낮은 읊조림

깊고 낮은 읊조림(일흔 아홉) - 이희숙

by 시인촌 2006. 1. 8.

빈틈이 없는 사람은 인간적인 매력이 떨어진다고 했나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말예요.
빈틈없어 보이는 사람이 어쩌면 더 외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 
한번쯤은 해본 적 없나요?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틈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드러내지 못하는 만큼의 무게로 
외로움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사실을 말예요. 
아무리 행복한 사람도 근원적인 외로움은 숨길 수가 없다지요.
내 가슴속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만큼은 아니어도 
아주 가끔은 나를 둘러싼 배경들과 무관한 외로움이 
거대한 파도처럼 나를 덮치곤 해 내 자신도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이런 감정 내 자신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피할 생각도 없어요.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 속에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본연의 외로움이란 게 
존재한다는 걸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갑자기 배가 고프네요.
뭔가에 허기진 사람처럼 자꾸만 고프네요.
참 우습지요.
외로움이든 그리움이든 간에 
매순간은 아니지만 물결처럼 일렁이는 순간의 감정은  
분명 나를 꿈꾸게 하고 살아있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임에 틀림없는데
왜 이 순간 나는 하나만 아는 백치처럼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하는 고프다는 단어를 떠올릴까요. 
모순이지요.
정말 말도 안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