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이 없는 사람은 인간적인 매력이 떨어진다고 했나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말예요. 빈틈없어 보이는 사람이 어쩌면 더 외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 한번쯤은 해본 적 없나요?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틈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드러내지 못하는 만큼의 무게로 외로움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사실을 말예요. 아무리 행복한 사람도 근원적인 외로움은 숨길 수가 없다지요. 내 가슴속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만큼은 아니어도 아주 가끔은 나를 둘러싼 배경들과 무관한 외로움이 거대한 파도처럼 나를 덮치곤 해 내 자신도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이런 감정 내 자신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피할 생각도 없어요.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 속에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본연의 외로움이란 게 존재한다는 걸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갑자기 배가 고프네요. 뭔가에 허기진 사람처럼 자꾸만 고프네요. 참 우습지요. 외로움이든 그리움이든 간에 매순간은 아니지만 물결처럼 일렁이는 순간의 감정은 분명 나를 꿈꾸게 하고 살아있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임에 틀림없는데 왜 이 순간 나는 하나만 아는 백치처럼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하는 고프다는 단어를 떠올릴까요. 모순이지요. 정말 말도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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