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화연결이 잘 되지 않는 내게 너는 말했지.
너무 행복하면 다른 것은 들어오지 않는다고...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잠깐동안 해보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평온한 건 사실이야.
이제껏 살면서 한번도 내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거나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가족 모두 건강하고 뜻하는 바대로 이루어지는 현실이 계속 지속되다보니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살아있는 그 자체가 너무도 좋아.
사람들은 말하지.
걱정 없는 사람 어디 있고 아픔 없는 사람 누가 있겠느냐고...
그런데 요즘 내 안 그 어디에도 걱정이나 아픔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어.
참 다행이지.
그런데 말이야 어느 순간부터인가
가슴에 의문부호 하나가 자리잡기 시작했어.
열정이 사라진 것도 욕심이 온전히 사라진 것도 아닌데
치열하다 싶을 만큼 절실히 원하는 게 없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생각을 필요로 해.
정말 거리낌없이 행복한 내 삶이 생각의 방향을 한쪽으로 쏠리게 해
나 자신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린 걸까?
그래서 글 한 줄 쓸 생각조차 절실히 요구되지 않았던 걸까?
뭐라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이 느낌
너는 이해할 수 있겠지?
이런 기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행복도 그리움처럼 전염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너만은 내편이 되어줄거라 믿어.
이 밤, 정직한 나와 만나려 애쓰는 내게
이 글을 읽는 다른 그 누군가가
행복한 여자의 배부른 사치라고 설혹 욕을 한다해도 말이야.